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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십리
길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강원도의 산은 깊고 길은 험하다. 산골 깊숙이 사람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요즘에야 옛 말일
뿐이라 하겠지만, 정취와 분위기만은 옛날 그대로라 ‘깊은 곳에 묻혔다’ 하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평창이라면 특히 그렇다. 산은 모두 계곡을
끼고 있고, 고요한 마을과 사람들은 그곳에 갇혔다. 병풍처럼 둘러친 산의 풍경은 일품이고, 물줄기는 샘물과 같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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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물로 시작되는 평창의
봄
공기 좋고 물 좋은 평창에 봄이 왔다. 해발 700m 이상에 자리한 마을이 반 이상이라
조금은 때늦은 봄맞이. 여느 곳보다는 늦었지만 산나물이 고개를 내밀며 시작된 평창의 봄소식은 풍성해 보인다. “지금은 개두릅이 한창이지.
얼레지도 있고. 다른 것들은 자라기 시작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해”
미탄면 청옥산, 방림면 백덕산, 대화면 중왕산, 봉평면 흥정산, 진부면 오대산과 가리왕산 등
평창에 자리한 산의 8·9부 능선에는 산나물 군락지가 형성돼 있다. 곤드레, 곰취, 나물취, 참나물 등 익숙한 산나물은 물론이고, 이름도 모양도
생소한 산나물들이 이곳에 자란다. 해발 700m 이상의 기후 조건이 공기 좋고 물 좋은 환경과 만나 부드럽고 향기 좋은 최상질의 산나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미탄면 청옥산 정상 부근은 특히 산나물로 유명하다. 논 면적으로 치자면 6백두 가량이나
된다는 넓은 평지에 산나물 군락지가 형성돼 있기 때문. 그리하여 이름도 육백마지기다. 5월 말 이곳에서는 산나물 뜯기, 산나물 시식회, 산나물
엮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산나물 축제가 열린다.
봄 향기 가득한
평창5일장 시골 장은 물건만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다. 그간 보지 못했던 이웃의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하나같이 떠들썩하고 한바탕 축제의 현장과 같다. 과일장수에 생선장수, 속옷장수까지 평창5일장을
찾았다. 강원도 곳곳의 장날만을 쫓아다니는 길거리 테이프 장수도 잊지 않고 와주었다. 다들 반갑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가장 반가운 손님은
봄나물이 아닐까 싶다. 유명산들은 입산을 통제하는 까닭에 앞산, 뒷산에서 캐어 왔다는 산나물이 시장을 온통 푸르고 향기롭게 하고 있다. 요즘
한창이라는 개두릅과 두릅은 기본이고, 이름 모를 산나물이 한아름이다. 조금 덜 자랐다는 나물이 시장에 선을 보인 것은 앞산, 뒷산에 마구
뿌려놓은 씨앗들이 자라서 라고 한다. 지금 시기라면 개두릅, 두릅 , 얼레지 외에는 반자연(半自然) 산나물이다.
“낮에는 더워서
나물을 캘 수가 있나. 새벽에 갔다가 시장에 내다 파는 거지” 평창 일대 5일장(평창읍 5·10일, 미탄면 1·6일, 방림면 계촌지역
2·7일, 대화면 4·9일, 봉평면 2·7일, 진부면 3·8일)에서는 새벽에 캐어다가 오후에 파는 봄 향기 가득한 산나물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털어내지 않은 흙에서 새벽의 향기가 배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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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경을 앞에 두면 탄성을 절로 뱉게 마련이다. 허나 더럽혀진 절경 앞에서라면, 탄성보다는
한탄이 앞설 터. 유명세를 탄 이땅의 여행지는 탄성보다는 한탄을 하게 한다. 평창의 산과 계곡은 조금 특별하다. 선경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기막힌 풍광을 자랑하지만 다행히도 사람의 발길을 덜 탔다. 맑고, 예쁘다. 그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
그대로’다 |
썩은 산삼이 녹아 만든
금당계곡 금당산에서 태어난 물줄기는 금당계곡을 만들었다. 금당산 조그만 물줄기는 봉평면과 용평면, 대화면을 거쳐
15km를 넘게 이어지다가 평창강으로 빠진다. 굽이굽이 산 구석을 도는 물줄기는 어느 때엔 느리게 또 어느 때엔 빠르게 흘렀다. 돈 좀
벌어보겠다는 사람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쉬엄쉬엄 비경을 즐기며 스릴까지 맛보게 해 주겠다며 금당계곡으로 고무 보트를 들여놓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들은 기암절벽 사이에 자리한 고요한 마을을,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소나무를, 물안개에 갇혀 아득해진 계곡의 풍경을 보지 못한
것임에 틀림없다.
예로부터 금당산은 산삼골로 유명했다. 기암절벽 중턱에 자란다는 산삼꽃 그림자가 물에 비친다고
하여 수많은 심마니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산삼골 금당산에 시작한 금당계곡은 썩은 산삼이 녹아 만들어낸 건강만점의 물이라고 한다. 그 물을
마시고, 그 물에 발 담그어 좋은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철쭉으로 붉게 물든
뇌운계곡
“활짝 핀 철쭉이 너무 예뻐서 하나님이 일부러 심어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뇌운계곡이 붉게 물들었다. 일부러 심은 것도 아닌데 여기저기 꽃을 틔운 철쭉들 때문이다. 동네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하나님이 그렇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 손 거쳐 이것저것 만들어낸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들은 자연 그대로라며.
뇌운계곡은 평창강과 계촌천이 합쳐지는 합천소에서 평창읍 뇌운리까지 약 4km 구간을 돌며 흐른다. 계곡을 따라 핀 철쭉은 붉은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알렸다. 계곡이 철쭉을 따라 붉게 물들었고, 이곳에 선 이들의 얼굴은 감동과 흥분에 취해 상기됐다. 아마도 5월까지는 뇌운계곡 전체가
붉게 물들 터이다.
이진경 www.travelfe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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