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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함께하는 앙코르 가는 길     
    
- 글/사진 : 제이 (양효주) http://www.jayhome.net -

 

2002년의 해가 저물어 가던 빠리의 겨울날, 우연히 앙코르로 갈 기회가 주어졌다.

내친김에 그날로 항공권을 구입하고, 서둘러 비행기에 오른다.

목적지는 방콕. 지난 대륙일주를 끝으로 9개월만 다시 찾은 태국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도

나를 낯설지 않은 그리움의 향취에 빠져 버리게 만들었다.

아니다 다를까, 방콕 돈무앙공항에 내리니, 익숙한 열기가 온몸을 적신다.  

때마침 친구가 동남아 여행을 나온터라 공항에서 재회 후 함께 카오산으로 향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차창 밖을 내다보니, 도로 위 방콕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카오산엔 밤이 찾아들지 않는다고 어느 여행자가 말했다.

밤이 되면 휘황 찬란한 네온사인을 반짝이며 유흥의 밤거리를 장식하는 '카오산',

이젠 외국인보다 태국 젊은이들이 더 많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타논 파아팃에 인접한 뉴 시암에 짐을 풀고, 태국 친구 쭌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렸다.

이미 가게를 다른 친구에게 넘겼지만, 그래도 Bar Bali, 그곳에 가면 정겨운 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프랑스 생활은 어떠냐며 그간 못다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밝고 경쾌한 웃음을 간직한 이들을 만나는건 내가 방콕에서 느끼는 기쁨 중 하나이다.
 






이틀 후, 한국에서 트래블게릴라 투어팀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만난 안진헌씨와 인사를 하고 캄보디아로 향할 채비를 갖춘다.

이른 아침 6시반,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지역인 아랑을 향해 버스는 달리기 시작한다.

 캄보디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손님들에게 설명하고나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여행하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기회가 된다면, 여행하며 일하며 사는 것이

나의 소망중 하나이지만, 투어컨덕터의 입장으로 앙코르로 향함이 웬지 모르게 낯설다.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국경이 인접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띄었다.






 
태국에서의 간단한 출국심사를 마치고, 캄보디아 국경을 넘는다.

입국 이미그레이션이 새로운 건물들의 증측으로 자리를 옮긴 터였다.

비자를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자니, 아니나 다를까 갓난아기를 한명씩 안은 캄보디안 아이들이 나타난다.

그 아이들의 눈망울이 부디 맑게 자라주기를.. 기도하고.. 또 바래보지만..

세상일이 내 바램대로 되지만은 않는 것..  슬픔이 엄습해 오기전에 비자가 나왔다.

서둘러 국경을 넘어 씨엠리업으로 향하는 미니버스에 몸을 싣는다.

 

  



씨엠리업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힘이 든다.

도로의 80%는 비포장이여서 픽업트럭을 타고 가다가는 흙먼지를 뒤집어 쓰기 일수이다.

게릴라 팀의 웹진 작가이자 나와 친분이 있는 안진헌씨가 이번팀의 메인 투어컨덕터였고,

난 옆에서 그의 해박한 지식과 말들을 경청했다.

손님들 중엔 이번 길이 첫 여행인 사람도, 누구 못지않게 여행을 많이 한 사람도 있었다.

나와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이 주는 색다른 묘미일 것이다.

지난 내 여행과는 달리 이번 길은 고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가는 손님들은 흙먼지 날리는 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유동으로 인해

피곤한 눈치였지만, 이전에 픽업트럭을 타고 이 길을 지나갔던 나에게는

덜컹거리는 버스 안 의자에서도 숙면을 취하기에 족했다.



.



캄보디아에 도착한 그날 밤, 달빛은 곱게 밤하늘을 물들였다.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달빛을 바라본다. 생각처럼 구도가 잡히지 않았고,

 이 아름다운 달빛을 찍기위해 난 수많은 모기들의 밥이 될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손님들은 앙코르유적 탐방에 나섰고, 난 한가로이 거리를 거닌다.

안진헌씨의 소개로 찾게된 Earthwalker G.H, 태국출신의 미모의 여주인과

그녀의 노르웨이 남자친구가 함께 운영하는 조용하고 깔끔한 분홍빛의 카페다.

차를 마시고 간단히 요기를 하며, 여주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아직도 캄보디아는 미개발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로사정만 하더라도 포장을 해도 우기만 되면 비로 인해 다 쓸려 나가 버리고,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태국쪽은 우리나라가 캄보디아쪽은 일본이 도로공사를 한다면 한달만에 끝날 것이라고 한국인들은

우수개 소리를 하지만, 정말 그럴 것같다.  캄보디안들은 일을 하는 속도가 꽤나 느리다.

식당에서 일하는 여급이 한달에 기껏해야 30~40달러라고 하니, 아무리 열씨미 일한다해도,

그 생활을 면치 못 할꺼라 생각해서 일까? 날씨가 더워서 일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나태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조금 게으르긴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묵묵히 해내니까 뭐라 할 순 없다.

어찌보면 욕심없고 누구보다 평안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이곳 저곳, 씨엠리업 곳곳을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숙소 주변의 길 모퉁이 조그마한 상점에서 1달러에 자전거를 한 대 빌리고, 길을 나섰다.

일본에서 공사를 했다는 Road No.6를 따라 페달을 힘있게 밟는다.

 

 

30분쯤을 달렸을까? 시장통을 지나 차들이 쌩쌩히 달리는 시내중심을 벗어나자,

한적한 시골마을 같은 풍경이 나타났다. 제아무리 캄보디아에서 번화한 씨엠리업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몇 km 지나지 않아 시골의 모습이라니..

 




더운 날씨에 자전거를 타고 달려서 인지, 등뒤로 땀줄기가 흐른다.

자전거를 도로 한켠에 세우고, 물을 한모금 마신다.

지나가던 트럭에서 사람들이 나를 보며 웃는다. 나도 살며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방금전까지도 맑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금새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 하여

방향을 돌려 숙소로 돌아왔다. 

 

 

하늘이 맑다면 다음날은 앙코르왓의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날씨가 과히 좋지 못했다.

사진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고, 일주일 뒤 다시 씨엠리업에 왔을때,

난 앙코르 유적을 찾아 갈 수 있었다.

투어 막바지가 되자 손님들은 하나 둘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거대한 앙코르 앞에서 모두들 경의의 찬사를 보내는 듯 했다.

하루 온종일을 앙코르 둘러보는데 소요한 사람들은 햇빛에 조금 그을린듯도 했고,

서로간에 앙코르 유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이 새는 줄도 몰랐다.

마지막날 새벽 4시경, 나는 눈을 떴다. 전날 밤 하늘에 별 빛이 총총했던 것으로 보아 필경 오늘은

날씨가 좋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예상은 적중했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를 들쳐메고

숙소를 나와. 오토바이를 한 대 빌려 앙코르왓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앙코르 왓은 일출을 보기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로 붐볐고,

난 널찍한 공터에 트라이포트를 세우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다.


 




사진을 공부하기로 결심한 그날부터는 웬지모르게 심적부담이 없지않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는다는

그 자체의 기쁨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앙코르왓에서의 일출에만 슬라이드 3통을 썼지만,

흡족하지 못하다. 언젠가 정말 환상적인 앙코르의 사진을 보며 시선을 때지 못하자, 안진헌씨가 이런말을 했다.

"네가 보고 있는 이 사진은 수많은 사진 작가들이 몇일밤이고 몇일낮을 세워가며 찍은 수천통의 사진 중에

엄선된 하나의 작품", 기껏해야 몇 시간을 바라보며, 나 역시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기를 바라는건..

나의 큰 욕심이겠지.. 아쉬운 맘을 뒤로하며.. 그저 아마추어의 손길로 사진을 걸어본다.

 

 

몇통의 사진을 찍는 사이 어느새, 태양은 하늘 위로 떠올랐고,

아쉬운 맘을 뒤로 하며 앙코르왓을 빠져 나왔다.

 

 

오후 3시경, 이번엔 바이욘으로 향했다. 캄보디아 앙코르 톰의 중심부에 있는 불교 유적지 중의 하니인 이곳은

13세기 초에 자야바르만 7세가 전승을 기념하고 전사자의 영령을 제사하기 위하여 건립하였다고 한다.

남북 140m, 동서 160m에 달하는 회랑과 보조회랑으로 된 복잡한 구조이다.

이 건축물의 옥상에는 4면에 거대한 인면을 표현한 인면탑이 서있다. 이탑은 관음상으로 되어있으며,

건축의 외측 벽면에는 부조로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역사적인 사건 등이 그려져 있다.

앙코르 예술을 대표하는 건축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바이욘으로 향하는 문을 지날 때에는 항상 사람들과 차들로 붐비기 일수이다.

잠시 오토바이에서 내려 그들을 지켜본다. 어디론가 일을 하러 가는 사람들인지,

자전거를 탄 캄보디안 아줌마 부대가 나타나 관광버스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앙코르유적은 불교 뿐만 아니라 힌두교까지 복합 된 몇 세기에 걸쳐 오랜시간 지속 되어 온 것이다.

1860년 당시 캄보디아를 지배하던 프랑스에 의해 재발견되기까지는 이 거대한 유적이

오랜시간 잠자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실로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열대 수풀이 우거져있어, 유적이 감추어져 있었다 하는데, 이를 처음 발견한 그 프랑스인의

느낌이 상상되지 않는다. 이미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훼손 또한 심각하다 하여

향후 3년간 문을 닫을 지도 모른다는 소리가 나오는 현 시점에서 보더라도 앙코르 유적은

실로 거대하고 또 경이한 것이 분명한데, 자연의 상태 그대로 존재했던 그 시절의

발견자는 아마도 신의 축복을 받은 것임이 분명하다.

몇 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 신비의 존재로 남아있는 앙코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곳에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세계 유산 목록에 지정되어 있는 곳인 만큼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이다.


 


 

        글/사진 : 제이 (양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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