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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리포트
Bali
Loves Peace
2002년 10월 12일 토요일 23시 20분
발리의 운명을 바꿔 논 두 발의 폭탄이 터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로 인해 사망한
인원은 190여명이며, 부상자는 325명으로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라 그 충격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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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허가 된 사리 클럽 Sari Club과 주변 주변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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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꾸따 Kuta를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작은 길 사이로 난 수 많은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술 집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여행자들을 상대로 살아가는 현지인들이 많다는 것을.
꾸따는 좋아하건 싫어하건 관광산업 Mass
Tourism이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고, 낮에는 서퍼(Surfer)들이 바다를 메우고, 밤에는 놀거리가 가득한 열대의 낙원처럼
여겨지는 열대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기에 발리에서 발생한 테러는 즉각적인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9.11 테러와 연관된
무수한 추측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테러가 발생한 장소는 꾸따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나이트클럽인 사리 클럽 Sari Club과 패디스 Paddy's 두
곳이다. 두 발의 폭탄은 주변의 450개의 건물에 피해을 입힐 정도로 위력이 컸으며, 그 여파는 발리 전체를 뒤흔들고도 남을 것이었다.
발리는 인도네시아 관광산업의 2/3 이상을 찾이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전 주민이 관광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발리 응우라 라이 Ngurah Rai 공항을 통해 입국한 여행자 숫자는 2천236만명으로 평균 체제 일수 8-9일이며,
하루 62달러 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고 이후 발리로 향하는 각국 비행 스케쥴은 취소 또는 축소되고 있으며, 호주,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발리 여행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행자 숫자가 60%이상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발리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발리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이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취재 여행을 목적으로 2번째 발리를 찾은 시기는 사고가 난 후 한달 정도가 지나갈 무렵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생각보다 승객들이 많이 있었지만,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는 심각성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섬 전체가 정막에 싸여있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고, 다음 날 꾸따 거리를 걸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잘란 레기안 Jalan Legian을 걸으며 문을 열어논 곳
보다 닫고 있는 곳이 더 많아 내가 무언가 실체에 접근하는 느낌이 들었다. 낮 시간에 이렇게 사람이 없었던가하며 내 지난 기억을 끄집어 내
보지만, 발리는 이토록 한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잘란 레기안의 중앙으로 갈 수록 문을 닫은 곳들은 더 많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내 기억 속에도 생생한 바로 사리 클럽이 있던 곳에 사람들이 아직도 모여서 그 날의 충격을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검게
타버린 건물들, 유리창이 날라간 건물들, 완전히 파괴돼버린 건물들이 내 눈에 고스란이 들어나 있었다. 피해 현장이 생각보다 컸기에 나도 작은
흥분에 휩싸였다. 단 두발의 폭탄이 이렇게 많을 것을 앗아가 버린 것에 대해서, 그 보다 더한 심적 상실감을 경험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아팠다.
1년전 뉴욕에서 사고가 발생한 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강국들은 미국을 여행위험국가로 선포하기 보다는 뉴욕 경제회복을 위해 여행을
오히려 격려했고, 항공기 및 공항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했다. United Airline을 비롯한 미국의 많은 항공사들이 승객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겼는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미국은 총기소유가 자유로운 나라이고 워싱턴에서 총기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더욱 모순되는 것은 뉴욕인을 상대로 조사한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두번째가 외국인 관광객이었음을 상기해 보면
우리가 지금 발리를 위험하다고 판정짓고 여행을 취소하는 건 어찌보면 우수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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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붓 Bali Peace & Unity 행사에 참석한
발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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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사고에 대한 대부분의 소식은 미국이 주도하는 언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테러 발생시 각국 정부가
위험부담을 줄위기 위해 현지사정을 배제한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은 당연히 안전을 강화하게
되고 위험이 노출되기 때문에 재차 테러를 감행하기는 오히려 더 어려워짐에도 언론은 지속적으로 발리를 위험한 곳으로 지목하고 있다. 호주를 비롯한
각 국가들은 이미 여행 자제 뿐 아니라 자국민이 발리를 떠나도록 경고하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테러이후 발리를 한번이라도 가 본다면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선진국들이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이유는 재 테러가 발생했을 경우 아무런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자국민이 피해를 입으면
정부 이미지에 많은 손상을 입기 때문은 아닐까?
발리 어느 곳을 가나 현저하게 줄어든 여행자들을 본다.
어떤 곳은 심한 적막감이 흐르기도 하며, 여행자를 상대하는 삐끼들도 힘이 없어보이기는 매 한가지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호텔들은 잘해야
10% 정도의 객실 점유율을 보이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테러 사건 이후에도 발리에서 만나는 발리인은 여전히 평화롭고 안전하며 친절하다.
그들의 미소는 여전히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발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대화에는 발리 폭탄 테러 사건이 등장한다. 거의 한명도
거르지 않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발리인들과의 만남에서는 테러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들의 얼마나 아파하는 지를 쉽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발리는 테러가 발생한 한달을 기점으로 위령제 비슷한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우붓 Ubud에서 먼저 열린 '발리 평화와 통합'이란 행사는
2일동안 열린 행사로 모처럼 많은 이들이 한 곳에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발리인, 전문가, 여행자들이 함께 한 이 자리는 'Bali, Now
More Than Ever'란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아픔을 치유하려는 모든 이들의 모습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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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탄 테라가 발생된 싸리 클럽 자리에 마련된 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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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꾸따 Kuta에서 열린 행사는 한달간의 애도기간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위령제로 폐허가 되버린 사리 클럽에서 열렸다.
모두들 발리 전통복장을 입었거나, '발리는 평화를 사랑합니다 Bali Loves Peace'란 로고가 새겨진 T 셔츠를 모두 입고 있었다.
행사장을 중심으로 잘란 레기안을 가득메운 발리인들은 새로운 희망을 갈망하고 있었을 것이다. 6천명 이상이 운집한 이 날 행사는 제물을 바치고,
성수를 사고 현장에 뿌리고 화합을 위한 기도가 다함께 이루어졌다. 발리를 배회하고 있는 악령들을 정화하고 새로운 기운으로 건설적인 미래를
열어가자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메카와티는 참석치 않았지만 그녀의 남편과 주요 인사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동 티모르 East Timor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도 같은 아픔을 동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거리의 한켠에
발리인들과 자리를 함께 잡은 나로서는 그들에게서 슬픔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대나무를 치장해 거리에 세워둔 뻰조르 Penjor와 밝은
모습에서 슬픔을 애도하는 새로운 희망을 찾는 그 날 행사는 커다란 축제장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2주간 발리에 있는 내가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썰렁함'이었다. 발리가 이토록 조용하고 썰렁한 적이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리는 한산하고, 레스토랑은 대부분 비어 있었으며
여행자의 모습에도 조심스러움이 배어있었다. 하지만 발리인은 언제나 내게 웃어주었으며, 밝고 친절한 모습으로 날 대해줬다. 사진을 찍겠다고 했을때
아무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이들이 없었고, 그들은 미소를 화답하거나 사진을 찍어달라며 오히려 즐거워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이미지는 언제나 가공된 과장된 이미지가 많다. 발리를 여행해라, 하지 마라를 쓰려는 것이 아니다.발리 테러이 후 여행자가 모이는 곳이면 '여행자제' 권고가 내려지고 있다.
태국의 푸켓, 인도의 푸쉬카르 카멜 페어 Camel Fair 등 전세계는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이
적용되는 곳은 선진국의 기준으로 개발이 미비한 국가들에 한정되어 있으며, 그 본질과는 많이 빗겨나가 있다.
발리 이야기를 쓰는 것도 테러와는 전혀 무관할 것처럼 보인 발리에 가해진
사건이기에 그 영향이 미치는 충격이 커보이고 문제가 심각해 보이지만, 발리인들은 여전히 평화와 화합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테러리스트와 세계에 그들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는 자연의 아름다움, 종교의 신비함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여전히 살고 있는
곳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안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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