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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행을 그것도 해외 배낭여행을 꿈꾸는
이유 중 하나가 아마도 자유에 대한 갈망이 아닐까 싶다. 동행이 있으면 외로움을 덜고,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서로 나누어 가볍게 할 수 있겠지만,
대신 자유로움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행간의 성격이나 취향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차피 완벽히 일치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유의 손실은 있게 마련이다.
지난 6월 아들녀석과 둘이서 라오스를 갔을 때의 일이다.
왕위앙에서 동굴트레킹과 튜브 래프팅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의 옷 상태는 엉망이었고, 부득이 빨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T셔츠 둘,
바지 둘, 팬티 둘. 평상시 기준으로 보면 그리 많은 빨래는 아니었지만 몸이 피곤했었던지 진흙 물이 든 옷을 세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 때
떠오른 생각은 "아, 가족마저도 구속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가족이 함께 배낭여행을 다니는 동안 빨래는 아내의 몫이었고
나는 그것을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었는데, 막상 당해보니 성가시고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남편과 아들에게서 벗어나 처음으로
혼자서 여행을 떠났던 아내는 수코타이에서 마음껏 늦잠을 자며 속으로 '자유란 이런 거구나!'를 외치고 있었다고 한다. 13년을 넘게 함께 산 부부도
그러한데, 하물며 최소한 십 수년을 따로 살아온 사람끼리 처음 만나 떠나는 여행에서는 더 하지 않을까?
혼자 가는 여행은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게 되고 그 시간에 이것저것을 머리 속에서 굴리다보면 새삼 떠오르는 생각과
만나게 된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오랫동안 꿈꿨던 것은 그곳에 가서
눈부신 설산 앞에 서서 그 동안 잘못 살아왔던 것을 뉘우치고 펑펑 울어버리면 가슴이 뻥 뚫어질 것 같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안나푸르나
산에 갔을 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산을 헉헉거리며 오를 때면 왜 이 짓을 그토록 하고 싶어했는가 후회스러웠고 그밖에는 거의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휴식을 취할 때면 매번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풍경과 함께 아내가 무척이나 그리웠다. '그 멋진 풍경을 보면 한없이 행복해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때면 코끝이 저며왔다. 그처럼 내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내 자신도 너무나 놀랐다.
물론 혼자 하는 여행은 외롭다. 아무리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친구가 된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국한될 수밖에 없고, 또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수는 없는지라 외로움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는 없다.
더욱이 말이 잘 안 통하고, 여행자 거리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중국을 여행할 때는 정말 입에서 군내가 나고 어떤 때는 외로움에 몸살이 날 정도다.
하지만 보통 일상생활에서는 혼자 있고 싶어도 혼자 있기 어렵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여행의 그런 외로움은 오히려 귀한 것이 아닐까?
숭산선사는 여행이 수행의 과정과 닿아 있다고 말한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저 어렴풋이 이해할 뿐이었는데 이제는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나야 함을 알기에
그 곳에서 무엇을 소유하고자 하지 않으며, 다시 또 헤어질 것임을 알기에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마음이 비워지게 되는 것이다. 혼자 떠나 볼 일이다.
김재훈 salute@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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