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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이의 피피 이야기

 

그곳이 어디가 됐던, 누구나 늘 처음 갔던 곳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의 첫 배낭여행지은 7월의 유럽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7월만 되면 알 수 없는 향수에 시달린다.
나의 첫 동남아여행지는 태국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곳들보다 유난히 태국에 애착이 간다.

나의 첫 동남아 섬 여행지는 코피피였다. 그래서 그런지, 난 다른 어떤 곳보다 그곳이 가장 아름답고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아무리 다른 멋진 섬들을 가도 꼭 피피와 비교하게 된다. 남자들이 늘 아내와 어머니를 비교하게 되는 것처럼..

푸켓에서 출발한 배를 타고 힘있게 솟아오른 ‘피피 레’를 지나던 때를 잊을 수가 없다.
멋지게 깎아지른 절벽, 파란하늘, 초록섬, 초록바다.
.. 죽음이다..! 바다가 투명할 수 있다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수심이 점점 얕아지면서 산호와 열대어들, 심지어는 바닥의 모래까지 보였다.
저 물이 과연 짤까?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처음 피피와 만났다.

 

엄마 뱃속.
바다는 그렇게 날 안아주었다.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 심지어는 보랏빛이기까지 했다. 물 속 세상은 말이다.
시장에서 많이 보던 것들이 떼지어 지나간다. 어항에서 보던 것들이 나를 툭툭 건드려본다.
바다는 중독성이 강하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원래 바다를 좋아했었다.
여름바다는 여름바다대로, 가을바다는 가을바다대로, 겨울바다는 겨울바다대로…
근데 그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됐다.
45분 동안만 이었지만, 바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바다가 있었다.
다이빙이 끝나고 장비를 모두 풀어버리고 맨몸으로 바다 위에 누워버리면, 세상은 모두 내것이 된다.
감은 눈 속으로 따뜻한 햇살이 비집고 들어온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먼 나라의 나와는 상관없는 듯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 그 느낌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며느리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다이빙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

 

산 많고 물 좋은 푸켓!



굳이 beach에서 지내며 드넓은 바다를 곁에 두지 않아도 얼마든지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푸켓이다.
내가 묵었던 곳은 <Boat Lagoon>이라는 곳이었다.
이름대로 각국의 부호들의 개인요트를 중간점검, 수리해주고 장기간 정박, 관리해주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 주스 한잔 들고 테라스로 나가면 수많은 요트들을 내려다 보인다.
내가 아주 우아한 재벌의 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드는걸?
머 그런 기분 갖는 게 죄를 짓는다거나 남한테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니까, 그냥 잠깐 몇 분간 만이라도 즐겨본다.

 이런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다니......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정말 살아볼 만한 세상이구나. 또한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Boat Lagoon> in Phuket : 경치만 찍었다면 정말 좋은 사진이 됐을텐데,
난 이때만 해도 사진에 꼭 내가 들어가야 하는 건 줄 알았다. 촌스러..

 

사족(蛇足)..
배낭여행상담 할 때 꼭 해 주는 말이 있는데,
너무 돈 아끼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궁상만 떨다가 들어오는 일은 없도록 하라는 거다.
그거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달 여행하는데 얼마 들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여행을 통해 더 절실히 느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숫자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여행 중에 처음 만나면
상대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몇 살인지 가장 먼저 물어보고, 그 다음 국적을 묻는다.
여행 떠난 지 얼마나 됐는지 물어보고, 같은 한국 사람이면 비행기 값으로 얼마를 내고 왔는지 물어본다.
이름은 물어보기도 하고 물어보지 않기도 한다.
여행 다녀온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다. 처음 하는 질문은 거의 “며칠동안 얼마 들여서 다녀왔냐”는 거다.
물론 어디어디 다녀왔냐는 걸 가장 먼저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한 두 나라만 다녀왔다고 하면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이해가 안 간다는 듯… ㅡ.ㅡ
적은 돈으로 오랜 기간 많은 곳들을 다녀왔다고 그러면 우러러보고, 몇 곳 길지 않게 다녀오면서 돈 좀 많이 썼다 싶으면
여행 헛 다녀온 사람으로 취급해 버리는 걸 많이 봤다.

 고백하건데, 나 역시 그랬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단지 고쳐야 할 나쁜 버릇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수영장.. 정말 끝내줬다. 돈을 더 주더라도 아깝지 않을 정말 멋진 곳이었다. 하긴, 이곳도 내가 동남아여행 중 묵어 본 첫 호텔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더없이 최고로 여겨지는 것일 수도… ^^;
 

 글 : 이진영 air@travel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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