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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그니의 여행일기


여행 기간; 1999년 8월 28일 ~ 9월 5일=> 8박 9일(여름 휴가)
여행 루트; 서울=> 방콕=> 꼬따오=> 꼬사무이=> 수리타니 => (항공) 방콕=> 서울
여행 경비; 약 75만원 정도(항공료 45만원 + 현지 경비 30만원)
환율 계산; 1바트 = 약 30원, 1달러 = 약 1,300원


[당신은 너무 열심히 일했습니다.]
카리브해 크루즈(유람선) 광고 중에 다음과 같은 글을 본적이 있다. '당신은 너무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제 휴식을 해야할 때입니다.'(요즘 우리 나라에도 비슷한 광고가 있음) 휴가 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해변에 누워 빈둥빈둥 거리는 것이 아직은 우리 정서에 제대로 맞지는  않는 것 같다. 우리는 삶은 항상 생산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행도 그 과정 속에 포함되고 있다. 그래서 뭔가를 배우고 오는 여행이 상당히 각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잘 사는 나라를 여행지로 선호한다. 또한 중앙 박물관과 현대미술관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작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샅샅이 훑고 다닌다.

하지만 조금 살만한 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낭비로 여기는 형태의 여행을 많이 한다. 아름다운 해변과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곳을 찾아가 하루 종일 맥주를 마시면서 빈둥거리거나 3류 소설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그 비싼 비행기 요금을 감수하며 멀리 이국까지 와서 하는 것은 것이다. 왜? 아마 너무 열심히 일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나도 처음에 그러고 있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변에서 수영복만 입고 게으름을 한 번 부려보면 그 맛을 깨닫게 된다.

론리플래닛을 보면 추천여행지 중에 Hangout이라는 곳이 나온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한다면 '탱자탱자 할 수 있는 곳' 정도로 번역이 가능하다. 여행자들이 장기 체류를 하면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뜻한다. 이런 곳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1. 물가가 저렴할 것(특히 숙박비), 2. 해변일 것, 3. 밤에도 할 일이 있을 것, 4. 공권력의 영향력이 약할 것, 5. 교통이 조금 불편할 것 정도이다.

1번은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느냐는 여행 경비와 크게 관련이 있으며, 2번과 3번은 얼마나 지겹지 않게 여행자가 머물 수 있냐와 관련이 깊다. 2번의 경우 스쿠버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이 가능한 지역이 많다. 4번은 공권력의 영향이 적은 곳은 히피들이 많이 모이며, 당연히 각종 마약류 이용과도 연관 깊다. 5번은 교통이 불편해야지 일반인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은 태국과 필리핀의 몇몇 섬이며, 이들 지역도 계속 밀려오는 패키지 팀에 그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과거에 대표적인 곳으로는 인도의 고아(Goa), 발리의 꾸따(Kuta) 비치이며, 현재도 그런 분위기를 조금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필리핀의 보라카이(Boracay)와 태국의 꼬사무이(Ko Samui), 꼬다오(Ko Tao) 정도이다. 처음에 해변에 해먹(흔들침대)을 걸어 놓고 머무는 배낭족들이나 히피들이 오고, 이들 상대로 아주 기본적인 숙소들이 생기면 후발 주자인 일반 배낭족들이 오고, 이들이 돌아가 좋다고 선전하면 본격적인 리조트 단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현재 대부분의 동남아나 인도의 해변 휴양지들이 따르고 있다.


[서해안 vs 동해안]
태국은 비치는 크게 서쪽의 안다만 해와 동쪽의 태국 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서쪽 안다만 해에는 푸켓, 피피섬, 크라비, 시밀란 섬 등의 비치가 있으며 성수기에 해당하는 건기는 우리 나라의 10~3월 사이이다. 만약 겨울에 여행을 간다면 이들 비치 쪽으로 가는 것이 좋다. 태국 만에는 남쪽에 위치한 꼬따오, 꼬팡간, 꼬사무이 등의 섬과 북동쪽 해안선을 따라 파타야, 꼬사멧, 꼬창 등에 비치가 있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방콕에서 가까운 북동쪽 해안섬의 섬을, 조금 원시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남쪽의 섬을 많이 찾는다. 이 지역은 우리 나라 여름철이 건기에 해당한다.
 

꼬사무이(Ko Samui)
꼬사무이는 면적이 247평방킬로미터나 되는 태국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우리나라 강화도는 약 300평방킬로미터이다). 코코넛 재배를 주로 하고 있던 이 섬이 배낭족들의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1971년 섬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일하던 친구를 방문하러 두 명의 여행객이 들어오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꼬사무이가 다른 섬에 비해 특이한 점은 첫째 약 4만 명의 주민들이 관광업에만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어업이나 코코넛 재배 등 전통 사업에 종사하고 있어 일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최근에 와서는 고급 리조트가 들어서고 있지만, 방갈로 형식의 중급 숙소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최저 경비로 여행하는 배낭족들보다는 휴식이나 맛있는 해물요리를 원하는 원하는 중급 여행자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이다(소설 브리짓존스의 애인에 보면 주인공이 꼬사무이에 가서 마약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 들어간다)

한국 배낭족의 원조 박경우씨도 1981년 어느날 꼬사무이를 방문한 것으로 되어있다. 아마 손에 꼽을 정도로 일찍 꼬사무이를 방문한 한국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홍콩에서 다른 여행객들에게 꼬사무이가 지상 낙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간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배탈이 나서 꼬사무이에서 겁나게 고생했다.

'꼬사무이에서는 먹고 자고 수영하는 것 외에는 모두들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중략) '여기저기 육지로 다닐 때는 길거리에서 자기도 하고, 남의 집 신세도 졌지만, 꼬사무이에서는 나 혼자 텐트를 칠 수도 없고 부득불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갈로 하루 숙비가 한국 돈으로 약 천원, 아침, 점심, 저녁 세끼 먹는데 또 천 원이 들었는데 이 정도도 나한테는 큰 돈이다.'(배낭족 중에서) 기억으로는 당시 우리 나라에서 자장면 한 그릇에 400원 했다.

그리고 역시 한국의 배낭여행자인 나한성씨는 그의 책 아시아 14개국에서 꼬사무이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뜨거운 열대의 태양, 청록의 바다, 그리고 백사장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꼬사무이는 배낭여행자들이 꼭 거치는 코스다. 1980년경부터 개발됐으며 그 전에는 찻길이 없어 섬 선착장에 도착한 후 가고자 하는 해변으로 다시 작은 배를 타고 가야 할만큼 자연 속에 묻혀 있었다.'

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타이항공이 직접 취항하는 국제 공항이 있는 푸켓에 비해서는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다. 방콕에어(Bangkok Air)가 하루에 열 번 정도 취항하고 있지만 요금이 비싸 아직도 많은 이들이 페리를 타고 꼬사무이로 들어간다.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저녁 6시 정도에 출발하면, 꼬사무이의 숙소에 방을 잡고 나면 보통 정오가 될 정도로 사람 진을 빼는 버스와 페리 여행이 이어진다.

그래서 짧게 다녀올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다. 방콕에어의 가격(편도 3150바트)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가까운 도시인 수랏타니(Surat Thani)까지 타이항공(편도 1750바트)을 타고 간 후 공항부터 버스와 페리를 이용하여 가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꼬사무이 섬 내를 이동하는데 가장 편안한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이다. 24시간 대여 가격이 200바트 내외이다. 특히 다른 섬과 비교하여 꼬사무이는 나이트라이프가 있다. 차웽(Chaweng)이나 라마이(Lamai) 비치를 중심으로 라이브음악 연주, 디스코텍, 세미 고고걸 바(bar)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밤에 돌아다니려면 썽태우 운전사와 가격 씨름을 하는 것보다 오토바이가 상당히 편하다. 그리고 오토바이가 있으면 숙소 지구가 아닌 조금 떨어진 한적한 가격이 저렴하고 경치가 좋은 방갈로에 투숙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오토바이 못타는 사람이 꼬사무이가면 불편한 점이 상당히 많다.

꼬사무이는 우리 나라의 여름과 겨울 두 차례 가봤다. 겨울에도 큰 지장은 없지만 바람이 상당히 거칠게 분다. 하지만 여름엔 아주 좋았다.

꼬팡간(Ko Pha-Ngan)
꼬팡간은 꼬사무이에서 북쪽으로 보트를 타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섬으로 면적은 190평방킬로미터이지만 인구는 약 1만 명밖에 되지 않아 꼬사무이보다 좀 더 원시성을 간직한 곳이다. 시기가 맞지 않아 구경하지 못했지만 꼬팡간은 매달 보름에 이루어지는 풀문파티(Full moon party)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꼬다오(Ko Tao)
거북섬이라는 뜻을 가진 꼬따오는 꼬팡간에서 스피드보트로 한 시간 거리에 있으며, 태국 본토의 춤폰(Chumphon)에서는 역시 스피드보트로 1시간 40분 정도 떨어진 면전 21평방킬로미터의 아주 작은 섬이다.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는 곳으로 유명하며, 워낙 규모가 작다보니 아직까지(1999년 여름 현재) 고고바가 없는 섬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프롤로그]
기억에 의존하여 글을 쓴다. 99년 8월 여름 휴가를 이용하여 여행을 갔으며, 그녀와는 잠깐 헤어졌었는지 함께 가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뒤져도 일기장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2000년 8월 베트남에서 일기장을 비디오 캠코더와 함께 날치기 당했을 때 그 때 도둑 맞은 일기장 속에 기록이 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글 중에 제시된 가격은 대략의 요금이다.

당시 나를 자극하고 있던 여행지는 중국이었다. 여름 휴가 날짜가 나오자 상해를 거쳐 계림으로 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웨이팅 상태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방콕행 비행기표도 함께 예약했다. 결국 중국은 다음을 기약하고 방콕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배낭에 폴써로우의 중국기행을 넣었다. 그리고 꼬따오의 해변에서, 죽도록 조용한 방갈로에서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희미한 불빛아래 중국기행을 읽었다.

[방콕 - 카오산로드]
또 밤늦게 방콕에 도착이다. 방콕이 처음인 듯 배낭을 메고 두리번거리는 한국인 여자가 두 명 있다.
"카오산로드에 가실 예정이신가요?"
"예"
"저도 그곳에 가는 데 같이 택시를 타고 가죠!"
"그러지요"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카오산로드 중앙에 택시가 멈춘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비를 합쳐서 300바트가 나왔다. 150바트를 아가씨들에게 건네주고 한 마디하고 헤어진다.
"여행 잘하세요"
물론 처음인 그녀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줄 수도 있지만 그건 그녀들의 몫이다(아마 그녀들이 별로 내 취향이 아니었나 보다). 마르코폴로 게스트하우스에 가니 방이 하나 비어있다. 방이 아주 작지만 혼자 하룻밤 지내기에는 좋은 곳이다. 일단 위치가 좋고 방값이 저렴하다(싱글 250바트). 그리고 깨끗하고, 더운물 샤워도 나오고 에어컨도 있다. 또한 카운터를 통과 해야지만 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도난 문제도 크게 없는 것처럼 보인다.
체크인을 하고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카오산으로 나온다. 길을 지나가는 데 누가 아는 척을 한다. 카오산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M이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뒤섞여 메콩 위스키를 마시며 이야기 중이다. 동참한다. 대부분이 함께 육로로 캄보디아에 갔다온 친구들이다. 주변의 노천 카페엔 유난히 일본 친구들이 많이 보인다. 겨울철이 태국 여행 성수기이고, 여름철은 조금 한산하다는 말은 이제 옛날이 된 것 같다. 작년 8월보다 사람들이 더 붐비는 것 같다.
부어라 마셔라하다보니 거의 새벽 2시다. 배낭족들의 무언의 룰인 더치페이로 술값을 치르고 각각 갈 길을 간다. 그 중 몇 명과 세븐일레븐 앞에 죽을 먹으러 간다. 내일이면 휴가를 끝내고 들어간단다. 아침에 일찍 공항에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시간까지 방콕을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비행기 놓치면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생기는 셈이고... 여행은 사람을 자꾸만 일탈로 몰아간다.

[좁은 세상]
아침에 해장이나 하려고 홍익인간에 들렸지만 아직 영업 전이다. 거리를 바라볼 수 있는 카페에서 카오팟에 커피를 곁들여 아침을 먹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하나 지나간다. 서울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S다. 호주에 갔다가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따서 피피 섬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이렇게 카오산로드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나와는 조금 인연이 있는 친구다. 여행사 손님 중에 조금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어 두 세 번 데이트를 했는데, 호주에 어학연수를 가게되었다. 그래서 미리 호주에 있던 S에게 공항 픽업을 부탁했는데, 이후로 지금까지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 내가 연결해 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가도 하고... 어휴! 정말 좁은 세상이야.
S는 서울에 가는 항공권을 구하러 여기저기 다니고 나는 홍익인간에서 오늘밤에 꼬따오로 가는 버스와 배편을 연결한 콤보 티켓을 예약한 후 다시 만나 둘 다 밤까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함께 바이욕타워 2(Baiyoke Tower 2)에 가본다. 작년 여름에 왔을 때는 42층의 바이욕타워 1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그 옆에 90층의 바이욕타워 2가 개장하였고 꼭대기 층에 전망대 및 뷔페 식당이 있다.
그냥 전망대 올라가는 가격이 100바트인데 뷔페는 200바트를 내면 엘리베이터 비용이 포함된다. 올라가니 방콕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높게 느껴지던 바이욕타워 1도 아래 까마득하게 보이고, 시운전 중인 스카이트램도 마치 장난감 기차처럼 지나가고 있다. 음식 맛은 별로지만 그래도 본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는 먹는다.
다시 카오산에 돌아와서 맥주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 6시에 작별을 고하고 나는 꼬따오행 버스를 타기 위해 홍익인간으로 향한다. 카오산에 저녁이 찾아오면 배낭을 메고 줄서서 가는 여행객들을 볼 수 있는데, 모두 밤버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다. 정규 버스보다는 불편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배편과 연결을 시켜 운행하고, 카오산에서 출발한다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한다. 물론 여행의 가장 큰 맛인 현지인들의 모습은 볼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우와! 일본 여행객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치앙마이행 버스는 거의가 일본 젊은이들이고, 남쪽의 비치로 내려가는 버스도 반은 일본인들이다. 한 대의 버스로 여러 곳을 거쳐가는 지 목적지를 묻고 나서 빨리 내리는 사람들의 배낭을 가장 나중에 싣는다.

[꼬따오로 가는 길]
에어컨 버스의 추위에 벌벌 떨다보니 새벽 4시에 남부의 지방 도시인 춤폰(Chumphon)에 도착이다. 6~7명 정도가 내린다. 교차로에 잠시 정차한 버스는 사람과 짐을 내려 논 후 바로 출발이다. 썽태우가 한 대 기다리고 있다. 썽태우를 타고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시내로 들어가 선박 회사에서 운영하는 간이 카페에서 6시까지 기다린다.
모두 널부러져 맛간 모습으로 헤맨다. 다시 6시에 미니버스를 타고 부두로 향한다. 기차, 일번 버스, 투어리스트 버스 등 각종 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춤폰에 도착한 사람들이 모두 한 곳에 모인 후에 스피드보트가 출발한다. 춤폰항은 꽤 큰 어항인지 고기잡이배들이 많이 보인다. 언뜻 보기에 시내에 해산물 음식점도 많았다. 어선들이 길게 늘어선 강을 한참이나 따라 나간 후에 넓은 바다로 들어선다.
바다가 그렇게 거칠지는 않아 별탈 없이 1시간 40분만에 꼬따오에 도착이다. 마지막에 꼬따오와 그 바로 앞에 있는 섬인 꼬낭유안(Ko Nang Yuan) 사이를 통과한다. 배 안에서 바라본 꼬낭유안은 정말 파라다이스처럼 보인다.
너무 조용한 곳에 가면 혼자 벽 긁을 것이 분명하므로 부두에서 가까운 핫사이리(Hat Sai Ri)를 목표로 정한다. 꼬따오는 다이버들의 천국이라 대부분의 숙소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 다이빙을 하지 않을 경우 숙소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핫사이리에서 유일하게 일반인들도 받는 시쉘 방갈로(Seashell Bungalow)에 묵기로 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잽싸게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시쉘 방갈로로 간다. 마침 체크아웃 시간이라 방이 하나 비어있다. 350바트나 하지만 욕실도 딸려있고 바로 길가에 있어 베란다에 앉아 사람들도 구경할 수 있고 바다도 조금 보인다.
해변은 모래가 그렇게 인상적이지는 않다. 그리고 개들이 너무 많이 돌아다녀 제대로 누워서 쉴 수가 없다. 다시 부두가 있는 반매핫까지 해변을 따라 걸어본다. 경치 좋은 곳에는 식당이나 게스트하우스가 자리잡고 있고, 길 쪽으로 들어온 곳에는 인터넷 카페나 다이버숍이 줄지어 있다. 인터넷의 힘이 느껴진다. 유선이 아니라 위성으로 전화를 하는 섬인 것 같은데...
낙조를 구경하는데 일본인 여학생이 한 명 지나가다가 나에게 이야기를 건다. 다이빙하러 왔단다. 그냥 쉬러 왔다고 하니까 실망한 듯 그냥 지나간다. 원참! 모두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파장하는 분위기다. 여기저기 돌아 다녀봐도 바(Bar)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사람들이 없으니 특별히 날짜를 정해 한 곳에서 파티를 하나보다.

[꼬다오 트레킹]
중국기행을 계속 읽고 있다. 해변에 조금 누워 있다가 반매핫에 나가서 점심 먹고 섬을 한 바퀴 걸어서 돌아보기로 한다. 먼저 남쪽에 있는 비치로 가본다. 모두들 반매핫에서 픽업트럭 뒤에 타고 가지만 혼자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남쪽에 있는 비치는 적어도 모래사장은 서쪽에 있는 비치들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물이 너무 낮아 수영을 하려면 꽤 멀리까지 걸어나가야 한다. 분위기가 약간 더 히피적이고 역시 다이빙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동쪽으로 가다보니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을 나온 배들이 많이 보인다. 산꼭대기에 오르니 해먹을 걸어놓은 간이 카페가 있다. 맥주 한 잔 마시며 바다 구경한다. 연신 꼬사무이 쪽으로 스피드보트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모두 바다에 나가서 노는지 산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은 나 혼자다.

[꼬낭유안]
꼬낭유안에 다녀오는 투어를 발견했다. 꼬낭유안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화물선을 타고 오전10시에 갔다가 다시 오후 4시에 그 배를 타고 나오면 된다. 두 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꼬낭유안에는 고급리조트(400~2500바트)가 있다. 신혼 여행지로 딱 알맞은 그런 곳이다. 방갈로가 산의 중턱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경치도 좋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상당히 보호되는 곳이다. 또한 꼬낭유안에는 플라스틱 병을 가지고 가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아주 깨끗한 해변을 유지하고 있다.
섬과 섬 사이에는 여울이 있는데 손님들이 그 여울을 따라 다른 섬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물이 맑고 깊지 않아 스쿠버 다이빙 초보자들이 강습을 받는 모습도 보인다. 사롱 깔고 누워 <광수 생각>을 읽기 시작한다. 점심때가 가까워오자 꼬사무이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일일투어를 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도착한다.
한국말 소리가 들린다. '신발이 르카프네... 한국 사람인가?', '이런 곳에 한국 사람이 오겠어요?' 잠깐 인사를 한다. 말레이시아에 사시는 교포 분들이다. 하기야 살 삐져 나오는 삼각수영복 입고 선글라스 쓰고 땡볕에 누워 맥주 마시며, 책 읽고 있는데 한국 사람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지! 편안하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더 이상 밤에 혼자 못 있겠다. 숙소의 식당은 고요 그 자체다. 그리고 핫사이리의 펍들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음악과 주인만 있을 뿐 손님은 거의 없다. 낮에 모두들 다이빙을 열심히 해서 모두 뻗었나. 내일은 꼬사무이로 탈출이다.


[꼬사무이의 추억]

1995년 12월 모 배낭여행사에서 처음으로 TC(Tour Conductor)라는 것을 했다. 8명은 사람을 데리고 방콕-치앙마이 트레킹-꼬사무이-홍콩을 방문하는 여정이었다. 숙소와 항공편은 예약이 되어 있고 나는 현지 교통편을 해결하면 되었다. 꼬사무이행 밤 버스표를 끊었는데 씨암스퀘어에 구경 나갔던 사람들이 교통체증 때문에 제 시간에 돌아오지를 못했다.
결국 짐과 일부 사람들을 먼저 보낸 다음,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사람들을 돌아오게하여 겨우 두 번째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오후 6시에 도착하여 정오쯤에 꼬사무이의 예약된 숙소에 가니 예약이 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어떻게 우겨서 예약 가격으로 숙소에 투숙했다.
분명히 붐비는 곳이라고 했는데 정말 경치가 좋은 한적한 곳에 숙소가 자리잡고 있다. 아무튼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없어 혼자 오토바이를 빌려 몇 번씩 사람을 실어서 저녁 먹으러 차웽 비치에 나갔다. 세상에나 가장 붐비는 디스코텍 앞에 비슷한 이름의 숙소가 보였다. 바로 여기였군! 손님들이 현 숙소에 만족하고 있고, 원래 묵으려고 했던 숙소가 어딘지 모르니까 별탈은 없는 셈이다.
두 번째 날 마을에서 하는 무앙타이(태국복싱)을 보러 갔다가 혼자 레게펍이라는 대형 디스코텍에 들렸다. 손님들은 외국인, 태국인 관광객, 그리고 헌팅 나온 고고걸로 크게 구분된다. 고고걸에게 헌팅을 당해 둘이 있게 되었는데 갑자기 칼을 뽑는 것이다. 그리고 보니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의심이 갔다. 짱돌을 집어들고 잽싸게 도망을 쳤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오토바이 바구니에 짱돌 두 개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혼자 웃었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프리랜서는 어디서든지 조심해야 한다).


[꼬따오 탈출 꼬사무이 도착]
꼬따오에서 꼬사무이까지는 스피드보트와 슬로우보트가 있으며 모두 중간에 있는 꼬팡간에 잠시 정차한다. 한시라도 빨리 꼬사무이에 가고 싶어 스피드보트를 탄다. 하지만 부두에서 보니 대부분 서양 배낭족들은 슬로우보트의 꼭대기에 올라가 웃통을 벗고 일광욕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스피드보트는 거의 만원이다. 모두 끼여 앉았는데 물이 상당히 튀는 자리에 앉았다. 자리 바꿀 수도 없고...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저번 기억으로는 가장 큰 차웽 비치는 너무 붐볐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덜 붐비는 라마이 비치에 머물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썽태우 운전사가 바가지를 씌어 열을 조금 받는다. 배낭을 차 앞에 놓고 막아서서 10바트를 돌려 받는다. 300원에 목숨걸 필요가 있었을까? 식당에서 밥 먹고 배낭을 맡겨 놓은 후 여기저기 다녀보지만 마음에 드는 숙소가 없다.
저번처럼 조금 한적한 곳에 머물기도 한다. 대신 오토바이를 타고 밤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여권을 맡기고 오토바이를 빌려 배낭을 메고 라마이에서 차웽 비치 쪽으로 달리다보니 산 위에 자리잡은 전망 좋은 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방이 널찍한 것이 마음에 든다.


[꼬사무이 돌아보기]
꼬사무이의 백미는 역시 비치보다는 오토바이인 것 같다.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아 위험하지도 않고, 언덕길도 적당히 많아 상당히 재미있다.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엄청나게 돌아다닌다. 돌아다니다가 힘들면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맥주 한 잔 마시고 방에 들어와 에어컨 켜놓고 낮잠 자고... 특히 섬의 남서쪽 끝에 있는 비치와 숙소들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어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데 작은 수영장을 갖춘 곳도 있다.
밤에는 레게펍에 나가 춤추고 맥주 마시고... 여기도 일본 젊은이들이 바글바글 거린다. 역시 레게펍 앞에는 여전히 프리랜서들이 진을 치고 있다. 자나깨나 몸조심... 차웽 비치는 도로 포장 공사 중인데 한 번씩 내리는 스콜 때문에 완전히 물바다다.
낮부터 픽업 트럭에 대형스피커를 싣고 오늘밤에 차웽 비치의 한 디스코텍에서 파티를 한다고 광고하러 다닌다. 아뿔사! 라마이 비치의 라이브 음악하는 곳에 갔다가 흥에 취해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다. 음주 운전으로 돌아와 잠깐 잔 것 같은데 일어나니 새벽 5시다. 허겁지겁 오토바이타고 차웽 비치로 향한다. 으! 모두들 초췌한 모습으로 디스코텍을 나서고 있다.
꽝이군! 그래 내륙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가 근처에 있는 안통(Ang Thong) 해양국립공원이나 다녀오자. 그런데 전망대 올라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경사가 엄청 심하고 자갈길이나 미끄러운 곳이 많아, 오토클러치를 가진 99cc짜리 혼다 오토바이로 상당히 고전한다. 간간히 그 무거운 오토바이를 밀고 올라간다. 하지만 올라가는 길은 양반이다. 내려오는 길은 아차 하면 그냥 전복사고다. 완전히 대륙횡단 오토바이 경주에 참가한 기분이다.
안통 국립공원행 투어는 나톤(Na Thon)항에서 8시 30분에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숙소에 돌아와 비치패션으로 갈아입고 나니 8시 5분이다. 목숨걸고 또 오토바이 가속기를 당긴다. 도착하니 8시 35분... 배가 부두를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또 꽝이군! 정말 되는 일이 없다. 내일 비행기 시각에 맞추어 떠나는 버스 시각표 확인한 것이 그나마의 성과다.


[다시 방콕으로]
오토바이 반납하고, 라마이에서 썽태우타고 나톤에 온 다음 일반버스를 타고 수랏타니(Surat Thani)로 향한다. 버스가 페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버스표만 끊으면 바다를 건널 수가 있다. 수랏타니의 여행사에서 항공권을 끊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니 카드 수수료를 내가 물어야 한단다. 으! 취소한 다음 은행에 가서 현금서비스로 돈을 뽑은 후에 다시 항공권을 구입한다. 코미디 같은 이야기지만 돈은 꽤 절약된다(보통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카드 수수료보다는 저렴하다).
수랏타니는 남부의 중심 도시라 꽤 큰 줄 알았는데 중심가만 조금 붐비는 소도시이다. 헌데 이 작은 도시에 금은방이 왜 이렇게 많지? 전화카드를 하나 구입하여 태국인 친구에게 전화해 본다. 지난봄에 내 홈페이지를 보고 연결이 되어 한국에 와서 저녁 한 끼 먹고 우리 집까지 방문했던 친구다. 21살의 출라롱콘 대학 2학년생이지만 총기와 넘치는 친구다. 누나 준다고 나에게 물어서 이태리타월도 사갔으니까!
원래 고향이 수랏타니라고 해서 혹시나 해서 걸어봤더니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그의 삐삐에 메모만 남긴다. 태국의 삐삐는 좀 웃기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먼저 내가 삐삐를 호출하면 교환이 받아서 메시지를 적은 후에 다시 내가 호출하려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교환원이 영어를 꽤 잘한다.
카오산에 도착하니 밤이다. 마르코폴로에 들렸지만 꽉 찼다. 홍익인간에 가서 중국계들이 운영하는 라차따 호텔을 소개받는다. 카오산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몰려 있는 태국식 러브호텔 중의 한 곳이다. 하지만 방이 널찍하며, 에어컨도 빵빵하고, 가격도 시설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싱글 380, 더블 450바트). 하지만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언제나 빈방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 만나기]
결국 전화 연락이 되어 출라롱콘 친구(컴퓨터를 포맷하고 이메일 주소를 바꾸는 통에 그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여자였다면 물론 다른 곳에 어디 기록해 두었겠지만...)를 카오산에서 만나기로 한다. 외국 여행을 많이 한 친구지만 카오산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홍익인간이 신기한지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본다.
덕분에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고,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는 빵집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나는 잘 구경한 적이 없는 1만 바트짜리로 식사비를 치른다. 방콕에 아파트가 하나 있으며, 자기 차로 학교에 간단다. 그리고 수랏타니의 금은방 이야기를 하니 자기 어머니도 두 개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 와서 빌빌거리며 돌아다녔지만 나와는 차원이 다른 집안의 아들네미 인 것 같다.


[에필로그 그리고 또 다른 여행]
정말 봉창만 두드리다가 끝난 여행이었다. 책을 읽을 것에 만족해야하나 무거운 카메라와 캠코터를 양쪽에 들고 돌아다니고, 밤이면 놀러 나갈 때 두 가지를 숨기느라 애를 먹었다. 그리고 혹시나 도둑이 들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했고... 확실히 카메라와 캠코더 두 가지를 한꺼번에 찍기는 힘들다. 여행 동행자가 있으면 하나는 해결해 줄 텐데...
그녀도 여름 휴가가 신통치 않았나 보다. 그래서 제안을 했다. 추석에 북경 패키지 여행 가자고... 마지막에 결국 그녀는 따라 나섰다.
 
<> 가이드북
<Thailand's Islands & Beaches 2nd Edition> Joe Cummings, Lonely Planet,  February 2000, 560 pp 태국의 비치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발간되면서 전체적인 배낭여행의 패턴이 바뀌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즐겁게 놀 수 있을까?'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이므로... 론리플래닛도 영문 광고에서 그 사실을 굳이 감추고 있지 않다. Whether you're seeking deserted beaches, wild nightlife or the best dive sites, this is the essential guide to Thailand's enchanting coastal regions.


 

 글 : 강문근 softrai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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