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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 창이 그립다
둥그렇게 휜 해변을 따라 심어진 야자수는 바다 가까이 몸을 굽혔다. 종일 내리던 비가 잠시 걷힌 저녁
무렵 맥주 한 캔을 들고 야자수 밑으로 숨어 든다. 비와 함께 나른함에 잠겼던 이곳의 바다는 밤이 되어서야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칙칙한
바다의 색은 어둠 속에 묻힌 후다. 검은 바다를 두른 포말은 하이얀 빛을 세게 발했다. 낮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오고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바다에 발을 담그고 싶은 욕망이 불끈 솟아 올랐다. 천천히, 허나 하나가 지나가기 무섭게 밀려오는 물살은 고운 모래를 쓸어
내린다. 그리고 천천히 내 몸은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상온에 내어 놓은 생크림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층을 이뤄 차례차례 내달리는 그 속으로 들어갔다.
발 아래 물고기가 노니는 맑은 바다나 쪽빛 운운하는 바다를 보고자 한다면 꼬
창에는 절대 가지 마시라. 저기 남쪽에 때깔 고운 아름다운 바다가 널렸다. 강렬한 햇살과 찬란한 모래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바다가. 헌데
여행이 끝난 지금, 나는 칙칙한 꼬 창의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다. 반쯤 감긴 눈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게 한 그곳의 아득함과 나른함, 발등을
부드럽게 감싸던 따뜻한 물살,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빛도 뭐도 없이 그저 어두운 그곳의 정적이 그립다.
아무것도 모르고 간 꼬
창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어둠이 내린 한참 후에 코끼리 섬, 꼬 창에 도착했다. 꼬 사멧에서 배를 타고 반페로, 썽테우와 버스를
갈아타며 라용, 칸차나부리, 뜨랏을 거친 여정은 후다닥 내달린 한나절에 대한 아쉬움과 후끈한 공기에 끈적해진 몸, 극에 달한 짜증으로 뒤범벅된
상태였다. 그리고 ‘꼬 창 리조트?’를 외치며 리조트 직원이 다가오기 전 잠시 잠깐동안 어둠이 주는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건
방 열쇠이고 식당에서는 10시까지만 주문할 수 있으며, 바다는 엄청나게 위험하니 고객의 안전을 위하여 수영장을 이용해 주십사 부탁하며, 기타등등
기타등등’. 위협적인 파도 소리를 자랑하는 엄청나게 위험한 바다를 바라보며 주문 할 수 있는 시간이 끝나 갈 즈음의 야외 식당을 이용했다.
차가운 빗방울이 정수리를 때린다.
비는 다음날까지 계속 내렸다. 객실에서 바라본 아득한 리조트 전경에 나른해진 몸은 오후가 되도록
깨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빈둥거렸다. 서울에 전화해 처리해야 할 일은 전화가 없다는 이유로 내일로 미뤘다. 그리고 또 빈둥거렸다. 방에서
수영장에서. 관광지라는 곳은 가지 않았고 본 것도 없다. 그저 그렇게 빈둥거렸으니까.
하지만 꼬 창이 그립다 한나절을
거리에 꼬박 내버리고 온 이곳에서 하루를 꼬박 빈둥거린 후 또 한나절을 거리에 내버리려 나섰다. 12시에 출발한다는 배는 1시가 다 되어 출발해
거리에 시간 내버리기라는 의도를 훌륭히 살려줬다. 그렇게 저렇게 교통도 제멋대로인 이곳에서 4시에 출발하는 방콕 행 버스를 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 버리기를 몸소 실천하게 해 준 꼬 창. 하지만 나는 꼬 창이 그립다. 아마도 아득하거나 나른함이
주변을 떠돌 때, 끝도 없는 정적이 찾아올 때 나는 다시 꼬 창의 칙칙한 바다를 떠올릴 것이다. 그곳의 부드러운 모래와 따뜻한 바다와 함께.
여행은 내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그렇고 그런 일과 함께 떠돌아 다닌다. 지금 내가 꼬 창을 그리워하는 것은 나른하고 조용한 일들이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글/사진 : 이진경 jingy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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