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Book   국내여행   여행기   여행정보   BookAS   갤러리   자유게시판   커뮤니티


 

 


이 도시 어느 구석에서 동족의 주둥이를 뜯어먹고 사는 물고기를 보았다. 살기 위해 도망치는 놈의 꼬리지느러미라도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공격적이고도 잔인한 물고기. 그래서 한 어항 안에서 두 마리가 함께 살 수 없는 슬픈 물고기.

약 1년 전 삶의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했던 제주라는 단어가 나의 달팽이관을 통해 처음 침입했을 때 나는 보름만에 이삿짐을 챙기고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제주를 떠나야하는 가능성이 또다시 강도 높게 다가왔을 때 나의 갈등은 이틀만에 종지부를 찍었고 불과 1주일만에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물론 모든 것들이 미리 계획된 일들은 아니었다. 급작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자의든 타의든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떠날 때가 되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고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들꽃처럼 불안한 나의 인생을 두고 삶은 예측불허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제주를 떠나게된 것이, 이렇게 한 달이나마 방콕에 머물게된 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도 난 이미 이렇게 멀리 떠나왔고, 밤마다 찾아오는 스콜과 습도 높은 칙칙한 공기. 마스크를 쓴 교통경찰과 여자와의 섹스를 의미하는 노골적인 손동작으로 나를 유혹하는 툭툭 기사들이 지금은 내가 방콕에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음흉하고 저질스런 눈빛을 흘리는 툭툭 기사를 따라가면 그들은 나를 어디로 인도할까. 마사지를 빙자해 나의 옷을 벗기고 나의 피로를 풀어주기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한 후 또 다른 서비스를 권유할 것이고 나를 인도한 기사는 그 대가로 얼마간의 커미션을 받아먹겠지. 전라에 가까운 사진까지 보여주는 툭툭 기사가 아니더라도 나의 피가 나른해지는 것은 이곳이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나를 방종하게 만드는 방콕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 나는 이 도시에서 맨발의 어느 여자 가수가 부르는 찔레꽃이란 노래를 들으며 서럽게 울기도 했었다. 그때 난 몇 개월간의 인도 여행을 마치고 이 도시에 이제 막 도착한 후였고 엄마를 기다리며 찔레꽃을 한 잎 두 잎 따먹었다는 부분에서 눈물이 복받쳤던 것이다. 그러나 동족의 주둥이를 뜯어먹고 사는 물고기는 있어도 이 도시 어디에도 더 이상 나의 찔레꽃은 남아있지 않다. 난 이미 나의 울타리 안에 누구도 공생시킬 수 없는 편협하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했고 따라서 한 어항 안에서 두 마리가 공생할 수 없는 물고기처럼 외롭고도 슬픈 인생살이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한낮부터 텅빈 식당에 홀로 앉아 싱아 맥주를 마시고 있을지언정 나도 꽃을 파는 거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팔다 남은 장미 한 다발을 끌어안고 길바닥에서 잠든 거지. 어젯밤 좁은 인도를 걷고 있을 때 보았던 거지는 그렇게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며 잠들어 있었다. 벌거벗은 여자 사진을 들고 다니는 툭툭 기사보다 장미를 안고 길바닥에서 잠든 거지가 되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내가 소유하지 못한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난 다시 제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지만 서울의 어느 틈바구니를 비집고 자리 잡게된다면 그때 나의 삶은 동족의 주둥이를 뜯어먹고 사는, 그래서 결국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없는 조악한 인생보다 길바닥에서 잠들지라도 꽃을 파는 거지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팔다 남은 장미 한 다발을 안고 그렇게 잠들지라도….

 

 글/사진 : 박동식 park@parkspark.com


터키의 모든 것

[AATNB]

All About
터키

앙코르왓의 모든 것

[AATNB]

All About
앙코르 유적

[AATNB]
태국/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100배 즐기기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42번지 한라밀라트 A동 406호 (c)www.TFGue.com (☏) 031-915-6080 (F) 031-915-60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