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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트래블게릴라 박동식(www.parkspark.com)

열 여덟에 결혼해서 서른이 되어버린 툭툭 기사. 우린 나지막한 담장에 턱을 고이고 초등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며 늘어진 한낮을 보냈다. 그의 점심이었던 원숭이 바나나를 염치없이 나누어 먹었다. 듬성듬성 푸르게 깔린 잔디 위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 그 속에는 그의 아이도 있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주인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나를 찾다가 포기하고, 트럭 짐칸에 일본인 친구 다카와 미국인 부부를 태우고 가까운 폭포로 놀러 가기 위해 이제 막 출발하는 참이었다. 우리 일행 4명이 숙소의 투숙객 전부였다. 붉은 흙먼지가 꼬리를 무는 시골길을 30분쯤 달리고, 조금 더 걸어서 작은 폭포를 찾았다. 계곡의 작은 바위들을 들추어 아직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유충들을 돋보기로 관찰하는 일은 '생물' 시간의 관찰학습처럼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반을 쪼개면 개구리 알 같은 열매가 담겨있던 새콤한 과일. 우리는 수저로 그것을 파먹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더 큰 폭포가 있다고 했으나 계곡이 험해서 포기하고 돌아왔다.

해질 무렵 다카와 메콩강으로 나갔다. 내일은 저 강을 건너 라오스로 가야한다. 그림자 길게 늘어지고, 가도 가도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은 서산 머리에 걸리는 커다란 해를 등지고 다카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의 노래는 바람처럼 흔들렸다.  

정갈한 옷차림으로 물고기에게 하얀 쌀밥을 공양하는 아저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같은 시간에 강가에 나왔다. 메콩강 물을 적셔 주먹밥을 만들어 강에 던지던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어제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에 6개월간 참전했다고 했다. 많은 태국인 전우가 전사했으나 그의 아버지는 무사했다고... 그런 그의 아버지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고... 나는 침묵했다. 그는 내일도 강에 나와 물고기에게 쌀밥을 공양하겠지. 착한 사람.

해가 진 후, 메콩강에서 사는 물고기 구이를 안주 삼아 다카와 구멍가게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어쩌면 그 생선은 그가 공양한 쌀밥을 먹고 자란 물고기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세상은 왜 이런 거지?

"다카, 난 별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슬프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말없이 젓가락으로 생선을 뒤적거렸다.  

"수만 광년 떨어진 별이 내게로 오기 위해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나를 초라하게 해. 내가 너무 작아 보여. 하지만 그런 느낌이 난 좋아. 인생은 어차피 초라하니까."

"몇 해 전 라다크에서 별을 보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

국경을 넘기 위한 여행자들만이 찾아오는 치앙콩은 너무도 조용했다. 나는 서울을 떠난 지 한달 반, 그는 일본을 떠난 지 석 달. 바닥에 굴러다니는 맥주병처럼 우리는 취했다.

 별을 보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다카는, 다음날 아침 배낭을 짊어진 나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다.

"네 노래는 별보다도 슬퍼."

두 달 후 방콕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국경인 메콩강을 건넜다. 그러나 두 달 후 방콕에서 보름을 머무는 동안, 방콕에 오면 늘 묵는다던 숙소에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거품 걸린 맥주를 마시며 다시 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메모를 남기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그에게 짧은 편지가 날아왔다.

「나는 아직도 여행 중이야.」

언제쯤 멈출지 모르는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내일 우리는 어느 낯선 땅에서 별을 보게 될까.

 

-태국 치앙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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