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의 기억을 찾아서 :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분명 태국에서 두 번째 도시이며 북부 제1의 도시지만 푸켓이나 파타야의 번화가보다 작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게 치앙마이의 기억은 태국을 두 번째 방문할 때 고산족 트래킹을 위해 잠시 들렸던 3일간의 기억이 전부였다.
쑤코타이를
거쳐 치앙마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고속도로를 연상하는 거리를 따라 버스가 치앙마이에 인접하면서 하나 둘씩 지난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아련한 내 5년 전의 기억은 버스가 치앙마이 아케이드 터미널로 들어서며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5년 전에 내가 얼마를 내고 터미널에
왔는지, 터미널이 시내에서 얼마의 거리인지조차도 기억이 없던 나로서는 그 건물이 주는 이별의 느낌만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어색하기만
했던 더위와 태국 음식 향이 내 기억에 남아 있었겠지.
버스에서 내리자 외국인임을 단번에 알아채고 호객꾼들이 달려든다. 쑤코타이에서는 외국인처럼 지냈지만 치앙마이에 도착하는
순간 난 이방인이기보다 태국에 살고 있는 현지인이고 싶었다. 호객꾼을 뿌리치기 위해 배낭에서 가이드 북 대신 핸드폰을 꺼내든다. 딱히 어디
전화를 할 곳이 있던 것도 아니지만 내가 태국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태국 말을 하며 내 목적지인 타패
게이트로 가기 위해 쏭태우를 탄다. 1인 10밧이라며 나를 태운 쏭태우 기사는 타패 거리에 나를 내려놓는다.
타패 게이트까지는
행사로 인해 차량이 통제된다는 것이다. 타논 타패(Thanon Thaphae)라는 거리표지판이 타패 게이트와 연관되면서 지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배낭을 메고 익숙치 않은 거리를 걷고 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방인이라는
느낌도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도 전혀 개의치 않고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지도 한번 펴지 않고 내가 원하는 곳을 찾아간다. 타패
게이트를 지나고 한 블럭을 지나 왼쪽으로 내려가면 그 때 그 곳이 있을 것 같다.
그랬다.
그 때 그곳이 거기에
있었다. 낡은 듯하지만 여행자들이 가득 앉아있는 식당은 그대로였다. 리셥션에 있는 태국 아가씨도 그때 그 사람 같다. 늙었다는 느낌은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도 없이 같은 사람이 어제 헤어졌던 늙은 여행자를 반기는 듯하다. 키를 받아들고 올라간 방은 퇴색한 과거가 흩어져 있었고 5년 전의
기억을 되찾아 갔던 나로서는 거기서 지난 추억과의 단잠에서 깬다.
태국적인 너무나 反 태국적인: 빠이
태국 북부의 작은 마을 '빠이'.
작은 강이 흐르고 있고 산들이 둘러싼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는 여행자들이 가득하다. 한시간이면 마을을 전부 둘러보고도 남을 작은 마을에는 왜 이리 여행자들이 많을까? 분위기는 다르지만 라오스
'왕 위앙(Vang Vieng)', 인도'함피(Hampi)', 발리'우붓(Ubud)'이 연상된다.
남는게 시간이라는 듯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인 '빠이'는 그래서 서양인들이 많은 곳이 되 버린 것은 아닐까?
여행자들에게 발견된 이쁘고 조용한 태국의 도시에서 보여지는 현지인보다 많아 보이는 외국인
여행자들과 그들을 위해 영어를 쓰고 다니는 현지인들을 대하며 난 무엇을 생각하는가?
태국적인 그래서 너무나 반 태국적인 모습일
것이다. 태국이라 함은 여행자들에 무엇을 의미하게 하는 것일까?
추운 날: 매홍쏜
태국에서 느끼는 겨울이다. 영상 10도 이하의 날씨는 태국북부의 겨울은 확실한 겨울이다. 이
차가움보다 더한 에어컨 버스에서 품어져 나오는 차가운 바람은 방콕의 더위에 익숙한 내겐 가혹하기만 하다.
매홍쏜에서 치앙마이로
향하는 밤 버스 티켓을 예약하며 난 에어컨 버스 티켓을 샀다. 비싼 만큼 편할 거라는 생각을 했겠지. 하지만 에어컨 버스 표를 구입하는 순간
뇌리에 스치던 '어쩌면'하는 생각은 버스를 타면서 현실이 되 버렸다.
빵빵하게 틀어진 에어컨은 태국에서 느끼는 또 다른 추위다.
추위를 예상한 태국인들은 모자, 두터운 옷, 이불로 무장하고 있다. 버스에서 작은 모포를 하나 나누어주지만 그걸로 추위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아무도 나서서 에어컨을 꺼달라는 사람도 없고 에어컨 버스인 버스는 반드시 에어컨을 켜야한다고 믿는 태국에선 승객을 고려해 에어컨을 끄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배낭에 넣어둔 침낭을 꺼내 겨울의 장거리 버스여행을 대비한다. 침낭을 덮어쓰고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에 잠을 청한다. 추위에 몇 번, 화장실을 위한 정차에 몇 번 잠이 깨고 나서야 아침 6시 무렵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내겐 하나의 길지 않은 짧은 여행이 끝나는 순간이지만 그 시간은 하루를 시작하는 호객꾼과 뚝뚝 기사가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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