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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한우 slbm00@hotmail.com

행을 다니면서 얼마나 많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까 ?
거리에서 보는 현지인들, 시장에서 흥정하면서 만나는 상인들,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수없이 부딪치는 다양한 국적의 배낭 여행자들,
도미토리 옆 침대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버스 옆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러다 숙소에서 다시 만나는 사람들여기서 헤어지고 저기서 다시 만나는 수많은 여행자들과 현지인들. 그런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름이라도 제대로 생각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물며 이름하고 얼굴이 연결되면서 생각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나 자신부터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 속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몇몇은 얼굴은 기억이 나지만 이름이 생각이 안 나고, 이름은 생각이 나지만, 적어준 이메일은 누구건지 잘 모르겠고, 암호 같은 수많은 이메일 주소들만 수첩에 잔뜩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아마 나의 이메일 주소도 그런 암호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수첩 속에 남아 있으리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마치 사진으로 한 컷 한 컷 찍은 것처럼 말이다. 너무 선명해서 같이 다녔던 하루 전체가 시간대별로도 생각이 날 정도이다.
아마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같이 있었던 때를 생각하면 그냥 싱긋이 웃음이 나오는 그런 사람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녀를 처음 본건 라오스 루앙남타 에서 후에싸이 로 가는 픽업 트럭에서였다.
사실은, 그 전날에도 숙소 근처에서 봤지만 다른 일행과 같이 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다음날 픽업트럭을 타보니 그녀 혼자 앉아 있는게 아닌가. 큰 버스 같으면 그냥 모른 척 하려고 했지만, 그 작은 픽업 안에서 같은 한국사람끼리 모른 척 하기도 어색해서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녀는 놀라면서, 내가 일본사람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일본사람 같다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녀의 이름은 L, 직장에서 휴가 받아서 여행을 왔다고 한다. 내가 여행 4개월째라 하니 놀랍고 신기하게 쳐다본다.사실 나는 직장에서 휴가 받아서 여기 라오스까지 오는 사람들이 더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픽업은 출발했다. 이야기를 더 하려고 했지만, 길이 너무 험해서 진동과 소음 때문에 더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화가 잘 이어지고 않고, 결국 침묵 속에 가게 되었다.

 

그렇게 3-4시간을 가서 거의 기진맥진 되었을 즘에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와 합석을 하게 되어서, 내가 2주 휴가를 어떻게 냈냐고 하니, 말레이시아에 있는 외국인 회사에 다니고, 직장 때문에 거기서 살고 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도 4-5시간을 더 가서 오후 5시쯤에 태국과 라오스 국경마을인"후에싸이" 에 도착을 했다.
나는 국경이 열려 있으면 도착하자마자 태국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원래 그녀는 라오스 "후에싸이" 에서 하루를 더 머물려고 했지만, 내 계획을 듣더니 자기도 태국으로 바로 넘어간다고 한다. 국경으로 가니 다행히 아직 국경이 열려있다. 그래서 라오스 출국신고하고 바로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니 여기는 태국쪽 국경마을 "치앙콩" 이다. 태국쪽으로 오니 정말  "문명세계" 로 온듯한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별로 신경도 쓰지않았던 편의점 "세븐일레븐" 이 왜 그리 위대해 보이던지이 "세븐일레븐" 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물품이 있었야하고, 얼마나 많은 생산공장이 그 배후에 있어야 되는지를 라오스에서 돌아오는날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너무 감동을 하고 있으니, 그녀는 약간 의아하게 쳐다본다. 하긴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여행하고  80여일 만에  "세븐일레븐" 이 돌아 갈수 있는 "웬만큼 먹고 살만한 사회" 로 돌아왔으니 내가 감동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세븐 일레븐에 감동을 먹으면서 근처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그녀는 싱글로 가고, 나는 도미토리로 가고..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녀는 2주동안 상당히 심심했었나 보다.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지, 아니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줄 한국사람이 필요했던지
아니면 둘 다였던지 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도 한다. 아마 서울 어딘가에서 만났다면 만난 지 하루도 안 되서 이렇게 이야기는 힘들 것 같다.
나도 그렇고, 그녀도 그렇고,그녀는 휴가가 2-3일 밖에 안 남아서 다음날 치앙마이로 바로 가서 하루 이틀정도 있다가 말레이시아로 바로 간다고 한다. 사실 나의 계획은 치앙라이로 해서 버마와의 국경도시인 "메싸이" 까지 가는 거 였지만,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나도 같은 일정이라 같이 치앙마이로 가자고 했다. 나도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한국어로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했나 보다.

 

다음날 치앙마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치앙콩에서 치앙라이를 경유해서 치앙마이까지 가는 길은 태국 농촌의 모습을 잘 볼 수가 있는 풍경이다. 풍경은 라오스의 농촌과 비슷해 보이지만, 라오스 보다 훨씬 풍요롭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 같다.
끝없는 평야, 잘 정돈된 농토들, 여유 있는 사람들... 태국에서는 아무리 없이 살아도 굶어죽지는 않는다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피곤한지 내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졸고만 있다. 창문쪽으로 머리를 기대면서 말이다. 너무 불편하게 자고 있는 것 같아서, 내 어깨를 베고 자라고 말했다. 그녀는 물끄러미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내쪽으로 고개를 기대고 자기 시작했다. 치앙마이까지 가는 길이 기억에 너무나도 또렷이 난다.

치앙마이 타페게이트

어쨌든 그때 그 버스가 방콕까지... 아니 저 멀리 말레이시아까지 갔으면 싶었다.
하지만, 치앙마이는 나의 생각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정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도착해 버렸다. 5시간 만에...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타패게이드 근처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도미토리가 없어서...
그녀는 싱글룸 나도 싱글룸.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트레킹에 별 관심이 없나 보다. 전날 치앙콩에서는 치앙마이가면 꼭 트레킹 할거라고 했는데, 하루사이에 마음이 변했나? 그래서 바로 "센탄" 으로 갔다. 영어이름  Central를 여기 태국사람들은 "센탄" 이라 부른다. 치앙마이에서 "에어포트 플라자"와 더불어 가장 큰 쇼핑센터 이다. 여기에는 멀티플렉스 극장도 있고 밑에는 큰 슈퍼와 푸드코트 그리고 여러 식당들이 있다. 시설로만 보자면 최근에 새로 개·보수한 에어포트 프라자가 더 좋지만, 교통이 좀 불편해서 아무래도 시내에서 더 가까운 "센탄" 를 많이 간다. 거기 "시즐러" 가서 저녁 먹고, 영화도 보다가 숙소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직장생활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직업이라 무척 힘들고, 외국에서 사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은 좀 적응을 했지만,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휴가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난 그냥 내 여행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러 사건 사고들,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들 같았는데, 그녀는 재미있는지 연신 까르륵거리며 웃었다. 숙소 앞에서 맥주를 먹으면서 그렇게 그녀와의 마지막 밤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다음날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공항까지 마중 나갈려고 했지만 그냥 길에서 차타고 가는걸 보면서 헤어졌다.
말레이시아에 꼭 한번 놀러 오라는 말을 남기고... 그렇게 헤어졌다. 치앙마이 타패게이트 앞에서... 사실 생각해 보면 그녀와 나는 무슨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속의 주인공들처럼 뜨거운 사랑을 한 것은 더욱 아니었다.
다른 여느 배낭족들과의 만남처럼 일정이 비슷해서 3일 동안 같이 다니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웃고, 같이 대화를 하면서 공감을 했을뿐이다.하지만 아직도 태국을 생각하면 그녀와 같이 버스를 타고 왔던 태국 북부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아마도 2001년 봄에 태국에서 보았던 그 풍경이 세월이 가도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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