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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자주 들락거렸다고,
그래서, 어느새, 서울 우리동네보다 더 친근하게 내 가슴에 자리잡은 카오산,
그 곳이 그리워 더듬다 보면
어릴적 뛰어놀던 골목길을 다시 지날때 느껴지는것같은
향수(?)같은것이 울룩불룩 샘솟는다.
이제, 당분간은,
아무때나 아무렇게나 느닷없이 문득 휘리릭~
하며 떠날 기회가
자주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더더욱...
향수병인가? ㅡ,.ㅡ
그래서,
이제 겨우 비행기표만 예약해놓구서,
갈지 못갈지조차 불확실한 여행을 계획해놓구서,
미리 써 본다, 여행기를.
방콕에 관련된 여행기를 쓰는것은 실로 오랜만이고,
출발도 하기전에 미리 적어보는 여행기는 처음이다.
뭐, 어쨌든,
여행은 출발하기 전, 준비할때가 가장 행복하다.

 

미리 쓰는 여행기

상품명: 늘어지기 테마, 방콕 카오산을 위주로 한, 일종의 럭셔리 3박 5일 패키지
손님: 그녀와 나(그와 나 거나, 또는 그녀와 그, 인것이 나은가, 아니면 지금이대로 그녀와 나, 가 좋은가…)
뭐든, 자, 출발.

 

금요일 오후, 5시 40분경 사무실을 나서다.
광화문으로 이동,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19시경 공항 도착.
보딩패스를 받고,
일찌감치 입국수속을 하고,
면세점을 둘러보다가,
게이트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3박 5일 패키지 출발을 기념하며 생맥주 한 잔.
음주와 취침이 매우 비중을 갖는 일정이 될 것이 틀림없는 여행의 시작이다.

비행기 탑승.
밤비행기는 역시 설렌다.
결코 크지 않은 창을 통해서 밤을 내다보면,
내 옆구리에 떠있는 별들을 볼 수 있다.
낭만적인거다,
고개를 처들어야만 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는 별을,
앉은채로 고개를, 단지 좌거나 우거나 한방향으로 돌리기만 해서 별이 보인다는건.
게다가, 운이 좋다면, 옆구리 높이부터 아래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볼 수도 있다!

 

출발.
인천공항의 활주로까지 이동하는 멀고 먼 길동안,
입구에서 줏어온 신문을 보는척 마는척,
하아. 설렌다.
정말이지, 여행은 신비하다,
어떻게 그렇게 매번 새록새록 가슴설렐수 있을까.

자, 안전벨트의 사인은 꺼지고, 언니들이 돌기 시작한다,
Beer 를 주문하고,
어떤 맥주를 줄까에 대해 잠깐동안 많이 기대해본다.
씽을 주면 좋으련만…
흣. 칼스버그다.
뭐, 나쁘지 않지 뭐.
………
하하하 알딸딸하다.
역시 기내 음주는, 효과만빵이다. ^^
2캔 정도가 적량이 아닌가 싶다.
3캔은, 좀 너무 취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와인까지 섞어 마셔 준다면 끝장이지만,
오늘은 와인을 참아준 관계로, 좀 견딜만하다.
기내에서 마신 술은, 정말 잘 안깬다.
그치만,
방콕의 낮에 도착이 아니고,
밤의 도착이니까, 음…그럭저럭 견딜 만 하길 바란다.

별도 보고,
방콕의, 밤에도 현란한 도로불빛과,
별빛 같은 불빛들이 보인다. 도착이다.

새벽한시경, 방콕공항.
한산한 입국장.
공항버스는 이미 끊겼고,
3층 입국장으로 이동.
밤인데도 아직은 따뜻한 기운 만빵이다.
들어오는 택시를 잡아 타고, 카오산로드로~.
공항을 벗어나면서, 고가도로가 보이면서, 한 번 더 방콕에 왔음이 실감난다.
카오산 로드 위엔타이 호텔, 두 유 노?
(주:카오산 로드에 있는 위엔타이 호텔 알아? ^^;;)
하하…뭔 이런 말이 다 나오냐…^^
게다가 이렇게 어색한 위엔타이에 대한 발음이란…
여튼, 카오산으로 간다. ^^
카오산 럭셔리~~

 

금요일 밤이어도, 좀 깊은 밤이다 보니,
30여분만에 호텔에 도착.
양호하다, 매우.

Check In.
일단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 보고,
전투(?)복장으로 갈아 입고,
쓰레빠도 꺼내 신고,
얏호. 방콕이군. ^^

비행기가 착륙할 때 한 번,
택시가 공항을 나설 때 한 번,
이렇게 짐을 풀고 늘어졌을 때 한 번,
세 번이나 반복해서 그러나 다른 느낌으로,
방콕에 왔음을 느낀다.

두 시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밤을 불사르러 나가야지…헤헤헤.
여행의 첫 밤은, 한 번 밖에 없는거니까.
뭐, 불을 사를것까진 없고,
먼 길 왔고, 전작도 있고 하니,
오늘은 좀 가볍게 마셔주지…

호텔을 나서서 가벼운 요기를 위해,
짜이디를 지나, 노점 죽집으로 이동.
여전히 맛은 있으나, 역시나 많은 생강들이 다소 버겁다…
죽을 먹고, 그 앞 세븐일레븐에서 맛난 쫄포와, 그리고 쪼콜릿을 뒤집어쓴 볶은 해바라기씨를 사고, 카오산으로 이동.
이 동네는 대체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이렇게 휘청거리나…
자, 여기가 카오산이야.
카오산은 낮보다 밤이 제대로지.
아, 그렇군…하며, 두리번대는 그녀.

 

아무데나, 항상 자리를 뜨고 나면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어느 가게의 길거리 의자에 앉아서, 코끼리 맥주를 마시다……

 

아침…아침인가?…아침이군…
여기는? 맞다, 방콕이지…퓨후…더 자도 되는군…
어제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
흠…
부지런한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수영장에 갔겠군.
물을 찾아 꼴깍꼴깍 마시고, 다시 벌러덩.

자는둥 마는둥.
뒹굴뒹굴거리고 있는데 그녀가 들어온다.
외출해야지. 아침도 먹고, 맛사지도 받고. 히힛.
호텔 제공의 아침을 먹기엔, 시간이 늦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나에겐 쌀국수가 있으니까.

아직은 다소 한산한 대낮의 길에 발을 디딘다.
일단은 쌀국수로 속을 풀어야지.
호텔을 나서서 오른쪽으로, 햇살이 따갑다.
시장 같은 골목을 지나서 쌀국수 노점에 도착.
에게, 여기야?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녀의 얼굴에.
엉 여기야. 좀 덥겠지? 엉, 좀 덥긴 하지. ^^
난 즐겨먹는 중간 굵기의 국수,
모험심(?) 강한 그녀는 얇은 국수와 두꺼운 국수를 섞은거, 사실 맛은 같지만…^^.
마이싸이팍치카~ ^^
기다리는 동안, 플라스틱 컵에 얼음을 띄우고 굵고 짧은 빨대를 꽂아주는 2밧짜리 얼음물을 주문한다. 캬아~,
시원하단말야…ㅋㅋㅋ
쌀국수가 만들어지는동안, 햇볕 내리쬐는 도로를 멍하니 내다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한마디를 던진다.
저 건너편집도 쌀국수를 팔긴 하는데, 거긴 여기처럼 어묵국물이 아니고, 고기국물이야…게다가 맛이 너무 찐하고 색깔도 갈색이고, 조미료 맛이 좀 심하게 나는 느낌도 있고 해서, 난 이 집이 좋아. 물론 이 집은 해질녘이 되면 장사를 철수하기 때문에, 그 땐 아쉬워도 저 집의 쌀국수를 먹곤 하지. 시워~ㄴ한 코끼리 맥주랑 먹으면, 나름대로 맛있고 운치(?)도 있어. 어쨌든, 저 집의 쌀국수도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해줄께. ^^
던지고 나니 한 마디가 아니고, 긴 문장이네.
역시나, 쌀국수의 양은, 항상 아쉽다.
딱! 지금의 1.5배의 국수량이었으면 좋겠지만, 뭐, 상관없다.
특히 지금은 맛사지를 받으러 가야 해서 과식은 부담스러운데다가,
이따가 허전하면 한 그릇 더 먹으러 오면 되기 때문에, 헤에~
사실은 아쉬움을 즐긴다 해야 맞다.

땀을 닦으며 계산을 하고 과일주스 아저씨에게로 이동.
워터멜론 쉐이크 하나.
여전히 무뚝뚝하고 무섭게 생긴 아저씨,
그러나, 하하하, 여전히 눈물 핑돌게 시원하고 달착지근하고 개운한 수박주스 봉지를 들고 마시며, 카오산쪽으로 느릿느릿 이동.

언제나 거기 있는 길을 건너,
언제나 거기 있는 주유소를 지나,
언제나 거기 있는 주스를 파는 노점을 지나,
언제나 거기 있는 경찰서를 지나다가,
그녀가 길 건너의 사원에 관심을 보인다.
잠깐 들러주지, 왓차나쏭크람.
불교신자라는 그녀는, 뭔가 기도를 하고,
그녀를 구경하다가, 나도 오랜만에 향을 피워 꽂고, 잠시 눈을 감아본다.
잠깐이라도, 충분히 좋다.

대낮의 카오산에 도착,
낮의 카오산은 뭐랄까…나른하다.
흠…생각해보니, 밤의 카오산도 나른한 느낌이군. -.-

어슬렁어슬렁 두리번두리번 기웃기웃 휘영청휘영청…뭐 대략 이런 종류의 행동들로 길을 지나고 시장골목 같은 골목을 지나고…
그러니까, 숙소에서 나와서 동네 한바퀴를 돌고, 짜이디에 도착.
시원한 차를 마시고, 타이맛사지와 발맛사지를 섞은 3시간짜리 주문.
3시간이라 하니, 나는 누워있는건데 왜 내가 대장정을 떠나는 기분이 드는가. ^^
하핫. 간질거려 웃음이 나오게 하는 발맛사지를 시작으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맛사지를 받을 때는 거의 선잠을 자는데, 메홍손에서 트래킹에 절은 몸으로 맛사지를 받을 때, 깊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 맛사지가 끝나고 맛사지해주던 아줌마가 깨워서 일어났을때의 기분이란, 정말이지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하는 멍하고 묘한 기분. 게다가 그 사이에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 드는 몸. 틀림없이 오늘도 그렇게 깊은 잠을 잘 거다.

한량처럼 지낸 2년 반을 접고, 서울에 돌아가서 전쟁 같은 일상을 7개월이나 살았으니,
맘처럼, 몸도 많이 지쳤을꺼다.

길고도 길것만 같던 세 시간이 지나고, 잠 덜 깬 눈으로 앉아서, 파인애플과 뜨거운 차를 마시며 그녀에게 맛사지평을 듣다. 훌륭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는 양호한 평.
내일은 저 앞집을 시도해보자구.
다시 길을 나서서 카오산으로 이동.
아까처럼 길을 천천히 걷다가, 길거리에 의자를 내놓은 다소 번잡하지만 상당히 운치가 있는 가게에 앉아서 오랜만에 달고도 매우진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정말이지, 빈둥거리기 버전이란말이야.ㅋㅋ
이젠 뭘하지? 아직 저녁을 먹기엔 이르고, 잠은 한 숨 잤으니 뭐 숙소에 들어가서 쉴 필요도 없고, 그냥 그대로 앉아서 시간을 죽인다.
난 뭐, 할 일 다했다. 카오산에 와서 쌀국수 먹고, 맛사지 받았으면, 할 일 다 한거지.^^

슬슬 움직여볼까.
쌀국수도 꺼졌고 하니, 군것질을 시작.
일단 돼지고기 꼬치를 하나씩 들고 길을 걸으며, 캬아, 카오산은 이렇게 걸어다니면서 뭘 먹는 맛이 제대로란 말이지…
오랜만에 팟타이도 한 그릇 먹어보고…배가 너무 불러지면 안되니까, 한 그릇으로 나눠먹고,^^
또 슬슬 걸어서 바나나팬케잌을 먹고, 너무 먹는 경향이 있나? ^^
길거리에 의자 내놓고 파는 과일쥬스, 난 이번에도 수박 주스를 또 마시고…
노점상들과 행인들만으로도 충분히, 항상 번잡하기 짝이 없는 길을 지나고.
길을 건너 골목을 지나, 무에타이 연습장을 가로질러 홍익여행사에 들러 인사를 하고,
파아팃으로 나가서, 작고 아담한 카페들을 지나치며 어슬렁 거리고,
해는 점점 지고,
툭툭을 잡아타고, 쌈센 쏘이 쌈, 으로 이동.
아직 초저녁이어서 강가의 자리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어두워지는 강을 내려다보며, 그 강에 비친 불빛들을 보며, 맥주를 또 부어댄다…
좋다.

 

다시 아침.
오늘은 양호하다.
원래 아침을 챙겨먹지 않는 습성이지만, 오랜만에 호텔의 조식을 경험해 보기로 결정.
여행지의, 아침의, 숙소에서의 심플한 먹을거리들과 다소 진한 커피는, 맛이 좋다, 어쩌면, 맛보다는 기분이 더 좋은거겠지.

오늘은 짜뚜짝에 가는 날이다.
부지런을 좀 떨어야지.
버스를 탈까 하다가, 게으르고 귀찮다는 편리하기 짝이 없는 사고의 결과물로, 택시를 탄다.
짜뚜짝, 역시나 사람 많고, 역시나 넓고, 덥고, 그런 곳들, 그냥 걷는다.
뭘 사야겠다는 욕심 없이도, 즐거운 곳이다.
처음 짜뚜짝에 왔을때는, 하도 지쳐서, 내가 다시 여기 오면 사람이 아니다, 했는데,
그 뒤로 세 번째다. 처음엔 너무 무식했던 거고, 이젠 나름대로 요령이 생겼다고나 할까.
걷다가 지치면 쉬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요령.
서너시간을 돌아다녔나, 물론, 쉰 게 반은 되겠지만, 여튼, 강행군은 이번 여행의 컨셉이 아닌 이유로, 시장을 나와서, 짜뚜짝 공원으로 이동.
지나가는 아줌마 상인에게 돗자리를 빌리고, 쫄포와 물을 사고, 나무 그늘아래 물가에, 또 아무생각없음 버전으로 앉아 있기, 또는 가끔 눕기도 하기. 돈주고 빌린 돗자리 최대한 활용하기.
이동. BTS를 타고, 실롬으로 이동.
역시 카오산을 오고 싶어하던 그녀여서, 시내는 별로 흥미로와 하지 않는다.
그냥 크고 넓은 번화가를 두리번대며 걷고 대낮의 팟퐁이 얼마나 한산한지도 보여주고,
아직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슬슬 해가 지고 있으니, 어쨌든 오늘 저녁으로 계획한 쏨분 레스토랑으로.
둘이다 보니, 음식을 많이 시킬 수가 없다. 그래도 만만한 새우와, 게커리등등을 시켜서, 배불리 먹다. ^^

택시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와서, 오늘 너무 무리한(?) 일정이었던 관계로, 절대 그냥 잘 수 없으니, 맛사지를, 오늘은 가볍게 두 시간만 받고, ^^,
마무리로 길거리에서 또 맥주 한 잔.
그리고 내일 밤에는 먹을 수 없는, 한 밤 중의 죽 한 그릇.
너무 먹나?
어쨌든, …내일 밤이면, 여길 떠나는거다. 퓨후…

 

부지런한 그녀가 아침 일찍 일어나, Check Out 시간을 연장하고, 계산을 끝내고 온다.
마지막 늦잠이다, 처절하지만, 내일 아침엔 공항에서 바로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하니…--;
날이 지날수록, 여행기는 짧아진다, 짧아질 수 밖에…
쌀국수를 먹고, 좀 멀리까지 걸어본다.
타마삿 대학교까지.
강변에 앉아서 예쁜 대학생들을 구경하고, 저 쪽 끝에 있는 시장 골목에 들어가서, 우리네 분식집처럼 아이들이 많이 앉아 있는, 마치 우리의 떡볶이 집 같은 분위기가 나는 가게에 들어가서, 가볍게 팟타이와, 쏨땀을 먹어주고…
툭툭을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와서,
약간의 쇼핑을 하고,
마무리 맛사지를 받고,
숙소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어둑어둑해진 카오산으로 나서다.
첫 날 슬쩍 얘기했던 고기 국물 쌀국수도 마무리로 먹어주고,
역시 마무리로, 길거리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아쉬운 코끼리 맥주를 마시고.
시간이 됐다.
한산한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렇게 장황하고도 길고도 세심하게(?) 쓰여진 여행기가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무산됐다, 그녀의 배신으로.
그래서 난,
오래전에, 그것도 누군가와 함께 준비해서 떠나는 여행은,
좋아하지 않는다.
난, 간다면 가버리고야 말지만,
떠난다는 것이 다른 일상사보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세상에 훨씬 많은거다.
내게 떠난다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이 뭐가 있을까……

 

그리고,
거기 그 곳에, 저 모든 것들이 아직 그대로 있을까?
아직 그대로 있겠지?

 

글: 전여진 iwzorb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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