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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에 가기 위해서는 공항에서 59번 빨간색  버스를 타야했다.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그 시간은 방콕을 처음 방문한 배낭객에게는 그야말로 똥줄(?)타는 시간이었다. 오죽했으면 공항에서 시내까지 멀리 떨어져 있다고 불안해 하며, 중간에 내려 하룻밤을 자고 카오산에 오는 사람이 있을라고.

 

그 당시 환율은 1달러에 800원정도 했고 100달러에 2500바트, 방 값은 화장실 있는 더블 룸이 100바트정도 했다. 그리고 그 당시 배낭 여행 스타일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거지 배낭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싸게, 불법만 아니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돈을 아낀다. 이것은 모든 배낭 여행자들의 좌우명이었고 흐름이었다. 택시는 탈 엄두도 못내고, 2.5바트 정도하는 버스로 카오산을 오고 심지어 어떤 여행자들은 카오산에서 놀다가 저녁에 다시 공항가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카오산으로 오는 피곤한 짓을 했을라고.

 

매끼니를 15바트하는 카오팟꿍(새우 볶은밥)으로 해결하고, 그 흔한 남국의 과일은 먹어보지도 못한채 바나나만 실컷 먹어 변비로 고생한 여행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들이 아끼지 않은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술값이다.

 

종이장처럼 가볍고 물에 담그면 금방이라도 색색의 염료가 풀어져 나올 것 같은 싸구려 바틱 남방에 바람이 불면 속옷 안입은 것처럼 아랫도리가 허전한 룽기 하나 걸치고, 허름한 선술집 앞 간이 의자에 앉아 온 몸으로 강렬한 태양을 맞으며, 남깽(얼음)이 순식간에 녹아드는 쌍팁(타이 위스키)과 첫 키스의 추억처럼 알싸한 비어 싱, 그리고 우리 모두를 미치게 만들었던 밥말리….

 

카오산은 그렇게 매일매일 여행자들을 유혹했고….
헬로우에서 한잔, 오옴에서 한잔, ch1에서 한잔 그리고 마지막으로 짚시로 달려가 몸을 흔들어대곤 했었는데, 마주 앉아 술잔 기울이며 거리의 또다른 나를 응시하던 그들이 이제는 텔레비전에 눈을 박고 등돌리고 앉아 있다.

 

몸으로, 소리에 익숙했던 나에게 이제 카오산은 옛추억의 장소일뿐이다. 더불어 그 당시 한량들 다 에이즈로 죽고….


 - 99년 봄, 쏭쿨란 축제  

 



유난히 술을 좋아하고 귀가 얇아 순간의 휴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족속들이 우리 주위에 꽤 있지 않나?
카오산은 다 알다시피 파고들면 들수록 위험한 곳이다.
가짜 학생증부터 신분증, 운전 면허증, 심지어 여권까지 사고 팔뿐만 아니라 사기꾼에 소매치기, 매춘, 그리고 늘어선 노점상들은 다 조직의 보호를 받으며 일정액을 바치고 있는 곳이 카오산 로드다.

그런 그곳에 홍익인간을 열었다.
처음 그곳에 터름 잡게 된 동기는 순수한 여행자의 마음으로 같은 여행자들을 돕고 生을 즐기자는 취지였다.
카오산에 술 취해 쓰러져있는 여행자들의 80%는 알다시피 한국인이고, 일단에 거리에 눕게되면 그들의 주머니는 먼저 보는 놈이 임자인게고, 보석사기, 여권 분실, 바가지, 등등….

도무지 말도 통하지 않고 어디가서 어떻게 하소연을 할지도 모르고 그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매번 당하기만 하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돕자는 취지에서 달이형과 함께 홍익인간이 열리게 됐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달이형, 나, 수진씨, 콰이, 영훈이형, 찬우 등 지킴이들과 일일이 이름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여행자들과 길 위의 낭만 도우미들, 그들이 홍익인간을 이끌었고 그들로 인해 홍익인간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지않나 싶다.

에피소드

진심으로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홍익인간에 있으며 겪어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합니다.
그해 어떤밤 늦은 시각에 젊은놈 하나가 술에 떡이 되어서는 홍익인간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홍익인간 식당 바닥에 누워서는 눈물을 흘리면서 무언가 주절대는 것입니다. 어쩌면 좋으냐고...
사실인즉은 어떤 이쁜 태국 여자와 눈이 맞아서 입도 맞추고... 심지어... 신체 접촉후 거시기에 손을 넣었는데,
아니... 그런데 거기에 있어서는 안될 막대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물론 그리고는 놀라서 도망쳐 나왔지만,
혹시 에이즈에 걸린건 아닌지 하면서 홍익인간 바닥에서 회한의 눈물을 울리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더라구요.  
태국은 알다시피 게이들의 천국입니다. 카오산을 배회하는 이쁜 여자가 있다면 목젓을 보고 들릴듯말듯 말을 해보십시요. 그러면 그 여자가 굵은 목소리로 말할 겁니다.
"야 코리안 크게 말해!"

 


 - 1995년, 홍익인간

 



혹시 센추럴 카오산 cafe앞에서 해먹을 들고 다니는 아저씨를 기억합니까?
4년 전에도 6개월 전에도 그리고 일주일 전에도….
그 아저씨는 늘 똑 같은 해먹을 들고 있었다.
나는 한번도 그 아저씨가 해먹 파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여행자들의 흥을 돗구기 위한, 카오산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소품일 뿐.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소품들을 길 위에서 만난다. 그리고 나역시….
어쩌면 누군가의 소품으로만 존재할지 모른다.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게 또한 인생이 아닐까?


 - 2004년, 비오는 카오산에서

 
글, 사진: 툭툭 이창환 www.tuktu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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