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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사람, 사람........

  카오산 거리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었다. 사람을 잊고자 사람 사는 곳에서 떠나온 여행인데 어디를 봐도 사람 천지다.

  아침까지도 분명히 두터운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었던 나는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얇은 민소매 차림으로 이곳 카오산 거리 한복판에서 방금 비닐봉지에 남은 마지막 파인애플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턱밑으로 흘러내리는 단물을 닦아내다 마주친 백인 여행자의 선글라스에 그런 내 모습이 잠깐 비쳤다 사라진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나선 먼 여행길. 신비하게도 카오산은 집에서 나온 이후 내내 쭈뼛거리던 나를 자연스런 여행자중의 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거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여행자들, 하루 종일 노천카페에 죽 때리고 앉아서 그들을 바라만 보는 또 다른 여행자들.

  '그래, 어디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아봐‘ 하는 마음으로 여행자들을 풀어놓은 듯한 자연스런 분위기. 그 까닭은 아마도 일상을 떠나온 저마다의 쉼표들을 자신에게 가장 편한 모습으로 풀어 놓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거리에 들어선 나 역시 나에게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애써 꾸밀 것도, 그럴 이유도 전혀 없어 보인다.

  어둑어둑해지자 일행들 몇몇과 카오산 거리 한쪽 구석에서 자욱한 연기를 피워 올리며 구워진 고등어구이와 창 비어 몇 명을 홀짝이면서 해외여행이 참 별거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벌써 여행자가 된 것일까.

  이 곳을 오래 봐온 사람들은 말한다. 카오산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많이 변해 간다고. 나는 이대로도 좋은데 무엇이 변해왔는지 잘 모르겠다. 설령 카오산이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있다고 한들, 10년 전에 내가 느낀 카오산과 지금의 내가 느끼는 카오산이 같은 모습일 수 있을까. 지금의 내가 10년 전의 내가 아니고, 또 10년 후의 내가 아니듯 어느 곳이나 여행은 그때그때 느끼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생각이다.

그 흔한 디카도 없이 부모님이 주신 건강한 육신 하나로 달랑 따라 나섰던 배낭여행. 카오산에 대해 인화할 필름도, 저장할 파일도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오산은 그 거리를 지배하는 그 막대한 자유 덕분에 나에게는 그 어떤 장면보다도 가장 생생한 필름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글: 문선주 heeju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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