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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지만 평소 이런저런 일로 부산에 자주 가는 편이다. 올해 들어서도 금요일 밤에 가서 일을 보고 토요일 오전에 올라온다거나 하는 짧은 일정으로 3번 정도는 다녀온 것 같다. 시간상 생각은 늘 하지만 부산에 계시는 게릴라 멤버 가 종순 교수님을 뵙지 못하고 올라오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고 죄송스럽다. 지금 부산에는 매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가(piff.org) 한창이고 나는 지난주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개막작인 ‘2046’을 상영하기 전 홍콩의 왕가위 감독과 함께 단아한 모습의 양조위가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모습을 T.V로 볼 수 있었다. 부산 국제영화제는 올해로 9회째가 되었다. 영화는 아주 좋아하지만 그 동안 나와는 별로 관계없는 행사라 여겨서, 영화제를 한다고 해서 특히 그 것 땜에 일부러 찾아 간 적은 없었다. 지난주 목요일 이 영화제의 소개 기사들을 보던 중 홍콩 영화배우 ‘홍금보’가 이번 영화제 참석차 부산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금보는 1950생으로 유명한 북경오페라 학교 출신이며 내가 아주 좋아하는 홍콩배우 중  한명이다.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인터뷰 기사를 보니 본인이 가장 아끼는 출연작은 ‘동방독응’ 이란다. 나도 본 기억이 난다. 초중학교 시절 홍금보와 당시 황금의 트리오를 이뤘던 성룡(1954년생)과 발차기가 아주 현란하고 날렵했던 ‘원표’(1957년생)에 열광했었다. 그들의 영화였던 ‘오복성’, ‘용적심’, ‘폴리스스토리’, ‘부귀열차’, ‘쾌찬차’등을 너무나 좋아했고 지금이야 한국영화의 수준이나 위상이 홍콩영화를 압도하지만 홍콩영화를 많이 수입하던 십 수년 전만해도 시절을 대표했던 진정한 아시아의 스타들이었다. 그 뒤로  주윤발, 장국영, 등이 출연한 영웅본색 류의 좀더 심각한 시리즈가 밀려왔고 그들도 좋아하게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총을 쓰지 않고 몸을 던져 연기하는 성룡, 홍금보, 원표의 팬으로 남아있다.

성룡은 출연작의 홍보를 위해서 그동안 자주 한국을 찾아왔었다. 그런데 홍금보나 원표는 그에 비해서는 한국행이 뜸한 것 같다. 내가 직접 홍콩에 찾아간들 이들을 어찌 만날 수  있겠는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칠 확률도 대단히 적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부산국제 영화제 기간에 한국영화 회고전을 하는데 그중 70~80년대에 한국과 홍콩이 합작의 형태로 영화를 제작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975년에 홍콩의 유명한 오우삼감독과 한국의 김정용 감독이란분이 만든 ‘용호문’이란 작품이 있는데 그걸 이번 영화제 기간에 상영하고 그에 맞춰 인사차 홍금보가 찾아온다는 것 이었다. 물론 이 영화에는 성형수술 전 성룡과 (쌍꺼풀이 없다.) 원표도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상영 스케줄을 보니 일요일 아침 10시에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용호문’을 상영하면서 영화 관계자들이 무대인사를 한다고 되어있다. 물론 티켓은 매진된 상태였다. 최근에 많이 친해진 나니언니 삼총사중 은동씨도 금요일 밤에 친구들 포함 6명이서 승합차로 부산영화제 정벌에 나선다고 했다. 메신저에서 그는 친절하게 부산영화제에 대해서 좋은 정보를 일러주었다.  

갈까 말까 ?

내가 생각해도 좀 엉뚱하지만 무작정 홍금보를 만나고 싶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팬이라고 인사를 하고 나란히 사진을 같이 찍고 싶었다. 그게 다 였다.

10/9일 토요일 오전까지도 난 결정하지 못한채 사무실에 출근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점심을 먹고 종로구청에 가서 내 여권의 사증란을 추가신청하고 2시정도에 시작하는 영화를 한편 볼 생각이었다. 점심은 사무실의 성과장과 혜수씨랑 먹었고 난 종로구청에 갈 생각으로 사무실 멤버들과 헤어졌다. 그런데 앗 ! 종로구청에 문이 닫혀 있었다. 격주근무를 할 줄 알았는데 아예 구청 정문 셔터가 완전히 닫혀있었다.

난 조금 허탈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파랬다..

그리고는 지금 부산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부산에 내려간들 내가 관심 있는 영화 표는 모두 매진되었고 취소표를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확실하지 않은 모험이었다. 그리고 홍금보를 만나고 싶지만 그 역시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암튼 가기로 했다.      

영화제가 한창인 부산 남포동에 도착한 것은 오후 5시반경이었다. 거리는 아직 밝았지만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평소 주말과 다름없이 매우 붐비고 있었다. 여기저기 영화제의 깃발, 행사요원, 안내센터, 그리고 영화관련 학과나 잡지 등 기관의 홍보부스들도 설치되어있었다. 일단 임시매표소로 갔다.

용호문의 표를 구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불가능하단다. 내일 아침에 해운대에 있는 메가박스로 직접 가서 다시 확인하라는 대답을 들었다. 일단 각오했던 일이다. 먼저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를 한편 보기로 했다. 남포동 대영시네마에서 오후 6시40분에 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 오면’이 잔여좌석이 있었다. 그걸 예매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될 때까지 발 디딜틈 없는 남포동 거리를 쏘다녔다. 눈에 띄는 로또광고판에 혹해서 로또도 언제나 혹시나 하지만 5,000원어치 구입했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아 저녁은 영화를 본 후에 먹기로 했다. 영화는 잔잔했다. 아주 착하게 만든 영화였다. 영화속 최민식(이현우)이 작곡했다는 트럼펫 연주곡이 나오는데 연습을 많이한 듯 무리없이 직접 불고 있었다.  '옛사랑을 위한 트럼펫' 이라는 곡인데 추천해도 될 것 같다.

영화를 본 후에 추천을 받은 ‘18번 완당집'으로 찾아갔다.
‘완당’이 뭐냐면 얇고 부드러운 중국식 만두의 일종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걸 만둣국처럼 국물과 함께 먹는데 내가 초등학교때 삼양식품에서 ‘완탕’이라고 해서 라면처럼 바로 조리할 수 있게 만든 것을 사 먹은 기억이 났다. 이 자리에서만 50년이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는데 지상에 있었던 매장을 지하로 이전했다고 했다. 얇은 만두피에 속을 넣어서 만드는 과정은 일반 만두랑 비슷하다. 맛을 보기 위해 ‘완당’과 완당우동 (각4,000원) 두 가지를 주문했다. 만두와 우동의 질감 및 면발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국물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잔치국수라고 해서 멸치국물에 국수를 말아놓은.. 그 맛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호평하면 맑고 순수한 멸치국물맛, 혹평하면 평범한 맛..  

영화를 보고 완당을 먹은후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뭔가 허전해서 그 옆에 있는 부산의 유명한 살짝 얼은 육수의 칼칼한 ‘가야밀면’을 (3,500원 강추!!) 먹었다. 저녁을 먹으니 몸이 젖은 솜덩이처럼 피곤해진다. 사람 많은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탁한 공기에 복잡한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쉽게 피로를 느꼈으리라..  
밤 11시부터 요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11시에 하는 ‘명동백작’을 보기위해 일찍 쉬기로 했다.  

명동백작은 전후 1950년대 당시 국립극장도 명동에 있던 시절, 명동을 무대로 활동했던 문인,화가,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평화신문 기자이자 소설가 이봉구 (1916~1983)의 원작을 24부작으로 다시 다듬어 방송되고 있는데 박인환, 김수영, 서정주, 김관식, 화가 이중섭, 전혜린 오상순등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봉구의 원작은 책으로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다음날 오전 10시에 해운대 메가박스에 갔다. 티켓은 구할 수가 없었고 혹시 홍금보와 마주치기를 기대하면서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리고 아~ 끝내 하늘은 나를 버렸다. 낮 12시까지 좀 넘어까지 근처에 있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날 저녁 서울에 올라와서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보는데 아까 내가 12시반까지 기다린 그곳에 오후 2시에 홍금보가 나타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아쉽기만 하다 메가박스 극장을 나와서 해운대 바다로 갔다.

부산의 날씨는 정말 좋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멀리보이는 풍경들도 너무 좋아서  바닷가에 앉아만 있어도 너무 행복했다. 홍금보를 놓친 슬픔도 어느새 잊어버리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팔고있는 맛있는 부산오뎅과 큼직한 소라고동을 까먹으면서 잠시후 부산을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었다. 근처 리베라 호텔앞 버스종점이 모여있는 부근에 있는 유명한 선지 국밥집에서 (2,500원) 선지 국수로 점심을 했다. 이집은 예전에도 몇 번 와봤던 곳이었다. 24시간 문을열고 있으며 새벽에 해장국으로 먹기엔 그만인 집이다.

내 자리 앞에서 친구들로 보이는 젊은여자 세명이 맛있게 국밥을 먹고 있었는데 그들의 수다가 내 귀를 자극하여 쳐다보게 되었다. 그중 건강(?)미가 있는 한 여학생이 국밥을 다 비운 후 슬며시 일어나더니 바로 옆에서 굽고있는 붕어빵을 사와 디저트로 먹는 것이 아닌가.. 조금은 부담스러워 보였지만 선지국밥 냄새 가운데 구수한 붕어빵 냄새가 솔솔 나는 것이 아닌가 나도 사먹기로 했다. ‘황금잉어빵’ 이라..  이름좋다. 맛도 훌륭했다. 머리부분부터 베어 먹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홍금보는 비록 못 만났지만, 그리고 게릴라 게시판에 간단히 올릴 글을 쓴다는 것이 무슨 어설픈 부산 먹자기행 같은 글이 되어버렸지만 암튼 날씨 좋은곳에서 답답했던 서울을 잠시나마 떠난 것으로도 만족스러웠고  기분 좋은 주말 부산 나들이었다.

김슬기 tourtask@travel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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