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ory 1 : 양곤 보조쩨 시장의 환전상 부부 >
양곤에 도착한 다음 날 오전 보조쩨
시장으로 환전을 하러 갔다. 도니님에게 달러당 960짯 이상이면 무조건 바꾸라는 얘기를 염두에 두고... 예쁜 서하님의 정보에 따라 환율을 잘해
준다는 가게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어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한 중년의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도와 줄까요?"
"네, 환전을 하고 싶어 그러는데요" "아, 잘됐네요. 제 남편이 환전상을 해요"
어떤 남자가 다가와 그녀 뒤에 섰다.
"환율은 얼마나 하나요?" "달러당 960짯 쳐드리죠" 괜챦은 환율이었지만, 그래도 한번 더 물어보았다.
"965로
해주세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한국에서 왔어요" "아, 제 남편 친구 중 한국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귀국했지만" 여자가 남편과
얘기하더니 달러당 965에 환전해 주겠다고 한다. 우리는 그녀를 따라 옥제품 시장건물 이층의 한 가게로 갔다.
"얼마나 바꿀
건가요?" "200 달러요" "그럼 돈을 먼저 제 남편에게 주세요. 당국에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바꿀 수가 없어요. 따로
돈을 보관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가져와야 합니다."
이거 믿어야 하나? 좀 망설였다. 어차피 이들이 우리 돈을 떼먹는다면
하루종일 이 가게에서 생난리를 피우거나 이 여자를 쫒아다니면 될테지... 돈을 건네 주자 남자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여긴 제
남편이 운영하는 가게에요. 얘는 제 사촌이고요" "아, 네" "마실 것 좀 들겠어요?" "괜챦은데..."
우리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세잔의 짜이를 주문했다.
"내 이름은 띠다입니다. 예전에 하와이에서 공부한 적이 있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어요. 지금은
오전에는 집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오후에는 가게에 나와 일을 합니다." "아 그러세요" "친구들인가요?" (도연이가 훌쩍 커버려서 여행중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뇨. 제 아내고 아들입니다." "오! 그래요!"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여행 초기에
안좋은 일을 당하면 끝날 때까지 기분이 찝찝할텐데...
잠시 후 남자가 돌아왔고 돈을 건네 받았다. 그러나 아직 100% 안심할
수는 없었다. "자기야, 잘 세봐야 해!" "알았어." "근데 이거 현재 쓰는 돈 맞는 거지?" 아내와 내가 돈을 세면서 주고 받은 말이다.
쓸데없는 의심이었다. 돈은 정확했다.
"이거 선물이에요" 띠다가 진열장에서 반지 세개를 꺼내 우리에게 건넨다. 
"이건 받을 수 없어요. 환율도 잘 해주었고 차도 대접받았는데 선물까지..."
"옥은 건강에 좋은 겁니다. 남편은 점성술도 하고 전통의술도 하지요"
"이건 남편과 제가 북부지방에서 불탑재건을 하던 사진이에요. 그때 마을 사람들이 고마움을 표시한 서명이구요" "아, 네!"
"남편이 여러분이 맘에 든다고 하네요. 혹시 저녁에 시간되면 우리집에 와서 저녁을 먹도록 해요. 진짜 미얀마 음식을
대접하지요"
이게 무슨 상황이람. 우리의 경험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환전상도
있다는 얘기를 누가 들어보았을까? 의심을 했던 우리자신이 부끄러웠다.
"미안해요. 오늘 한국인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기로 약속이
있어요. 대신 다시 양곤에 돌아오면 꼭 연락을 드릴게요" "아쉽네요. 연락 꼭 줘요.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다가 흥정이 잘 안되면
다시 와요. 내가 가면 현지인 가격에 살 수 있으니까" "네 여러가지 너무 고맙습니다."
그들의 환송(^^)을 받으며 가게를
나와 론지를 사러 시장을 다녀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건 도저히 5000짯 이하로 흥정할 수 없었다. 상의 끝에 띠다에게 다시 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녀는 흔쾌히 우리를 데리고 그녀의 친척이 운영한다는 론지 가게로 가서 물건을 골라주고 싼 가격에 흥정을
해주었다. 물건도 흠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주고... 두개에 6800짯. 이번에는 재봉가게로 갔다. 아까 우리가 물어보았을 때는 하나 재봉하는데
500짯이라고 들었는데 띠다와 오니까 두개에 500짯이다. 시간은 15분쯤 걸렸다.
이렇게 론지 옷감 고르고 재봉하고 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시간쯤. 몸매가 뚱뚱한 띠다는 땀을 흘리며 아래 위층으로 다니면서도 항상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름다운 미얀마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Story 2 : 인레의 택시운전사 >
바간에서 냥쉐(인레호수)로 가는 길이었다.
바간과 냥쉐 간에 운행되는
버스는 우리나라에서 70년대에 회수권 내고 타던 시절의 버스와 같은 모델이었다. (이걸 타고 12시간 간다. -.-) 따라서 수시로 고장이 난
것은 당연할 일.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를 서너번쯤? 헤호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한번 고장이 났다.
그 때쯤 버스고장에는 단련(?)이 되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있는데 남자 몇명이 올라오더니 100짯에 택시로 냥쉐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내리자고 했다. 이건 분명히 말도 안되는 얘긴데 같이 타고
있던 이스라엘 커플이 그들을 따라 내리길래 우리도 엉겁결에 내리게 되었다. 더구나 한 남자는 아내의 배낭을 메고 앞장서고
있었으니...
"정말 100짯이냐?" "그렇다" 그러면서 택시운전사는 "Teakwood GH"라는 명항을 보여주고 가자고
했다.
"아냐 난 거기 안 묵는다. 이미 정해둔데가 있다" "어딘데?" "아쿠아리우스" "그래? 거기 주인이 내 친구다"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Aquarius GH 명함을 꺼내 보여준다. ㅡ.ㅡ
"좋다. 나중에 딴 소리 마라" "알았다. 다만, 아쿠아리우스가
맘에 안들면 내가 소개해주는 곳으로 가보자" "OK"
그곳에서 냥쉐까지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정말 몰랐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길을 한참 달려도 아직 멀었단다. 서서히 머리가 복잡해져 갔다.
(이거 괜히 탄거 아냐?) (십중팔구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남자에게 소개비를 지급할 텐데 그러면 방값을 깎을 수 없을지 모르고 비용이 더 드는 건 아닐지...) (정 안되면 한국담배 권해서 운전사를
붙잡아둔 사이에 아내가 다른 곳을 알아보면 어떨까?)
게다가 가만 보니 이 택시운전사 인상이 좀 험악하다. 가끔 드러나는 치아는
검게 물들어 있고 (이들은 습관적으로 무슨 나뭇잎을 씹는데 그걸로 인해 치아가 검게 변한다), 뚱뚱한 체격에 선글라스까지 껴서 마치 조폭같아
보였다.
(될대로 되라!)
냥쉐까지는 40분 가량 소요되었다. 한산한 시장통을 지나 택시는 아쿠아리우스 GH 앞에
멈추어섰다. 짐이 볼모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내리자마자 트렁크에서 짐부터 꺼내달라고 해서는 도망치듯이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섰다.
가격은 예상보다 싼 편이었다. 한사람당 4 FEC씩 쳐서 트리플룸이 하루 12 FEC. 당근 아침이 포함된 가격이다.
묵기로 결정하고 아내에게 운전사에게 돈을 주라고 했다. 잠시 후 아내가 돌아왔다.
"별 문제 없었어?" "1000짯 달라고 하던데
네가 분명 100짯이라고 그러지 않았냐 했더니 아무소리 않고 그냥 가던데?" "예상보다 싱겁네"
아무래도 이상해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저 운전사에게 수고비를 얼마나 주었나요?" "무슨 수고비요?" "우리를 이곳에 데려와 주었으니 사례를
하지 않았나요?" "아뇨. 그 차가 마침 멀리 나갈 일이 있었던 겁니다. 돌아오는 길에 고장난 버스를 발견했던 거고, 어차피 오는 길이니까 사람
싣고 오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만약 외국인을 태웠는데 마침 자기네 호텔에 묵어주면 좋은 일이고. 아님 할 수
없고"
< Story 3 : 아쿠아리우스 GH >
냥쉐에서 우리가족은 Global Myanmar에 비치된 노트에 '천둥소리'님이 남긴
추천글을 보고 Aquarius GH에 묵었다.
인레지역의 숙소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실외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있을 양이면 미얀마
전통과자와 중국차를 여지없이 내오는 건 공통인 것 같았다. 과일, 과일쥬스, 토스트, 계란, 커피 (더 달라면 더 준다)... 푸짐한 아침에
종업원들도 상냥하고.
그런데 Aquarius에는 다른 숙소에 비해 한 가지 차별되는 점이 있었다. 뭐냐하면 숙박객이 떠나기 전날
저녁을 무료로 대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평소 음식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식당이 있긴 하지만 그건 숙박객들이 숙박비에 포함된 아침을
먹는 곳일 뿐이었다.
해서 여행자들이 떠나는 전날 저녁에는 샨족인 주인남자의
아내가 집에서 열심히 자기네 전통음식을 직접 만들어다 자전거에 싣고 와서는 푸짐한 저녁상을 차려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3박을 하는
동안에 이틀 저녁을 공짜로 먹게되었다. 첫날은 송별 저녁파티가 있었지만 몰라서 밖으로 나갔고, 둘째날에는 다음 날 떠나는 미국인을 위한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아서, 마지막 날은 우리를 위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을 대접한다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얘기지만, 더욱 감동적인 일은 우리 가족을 위한 저녁식사에서 벌어졌다.
저녁식사로 내놓는 샨족 음식은 마늘과 고추를 많이 쓰기
때문에 우리네 입맛에 매우 잘 맞았다. 심지어는 우리네 갈비찜과 똑같은 맛와 모양의 요리도 있었다. 음식을 다소 가리는 도연이도 맛있다면서 잘
먹을 정도이니까.
이들의 인심은 마치 우리네 옛날 인심을 보는 것 같았다. 밥이 조금 줄어들면 다시 밥을 떠주고, 반찬이 약간만
줄어들면 다시 가져와서 덜어놓고... 정말 배가 터져나갈 지경인데도 계속 가져오는 거다. (나중엔 거의 죽겠더라.)
그런데 이상했던
점은 전날 저녁엔 주인 내외도 함께 했었는데 그날은 같이 식사를 하지 않고 권해도 자꾸 사양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날 우리가 너무 많이 먹다보니 (일본인 여행객도 초대되었었다) 주인 내외는 준비한 저녁식사가 모자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네들은 먹지않고 우리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다가 남은 음식으로 주방에 들어가 서서 식사를 한
것이었다.
아, 미치겠네...
< Story 4 : 또 다른 택시운전사 챠이나 >
냥쉐에서
양곤으로 돌아올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 가족은 양곤행 버스가 정차하는 쉐냥까지 타고 갈 택시를 미리 3,500짯에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서두를
이유도 없고 떠나기도 싫었으므로 느긋하게 시간을 죽이다가 11시40분쯤 주인아저씨와 종업원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일본인 '히다'의 환송을
뒤로 하고 그곳을 떠났다.
차는 늘 그렇듯이 거의 폐차 직전의 상태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앞자리로
배기가스가 새어 나오진 않았다. 젊은 운전사는 외우기 쉽다고 하면서 자기 이름을 '챠이나'라고 소개했다.
차가 냥쉐 거리를 막
벗어나려 할즈음, 어떤 서양여자 하나가 대형배낭을 메고 사색이 된 얼굴로 우리 차를 세우려 했다. 차를 세우자 그 여자가
다가왔다.
"혹시 양곤행 버스 타러 쉐냥으로 가는 거냐?" "그렇다." "나 좀 태워달라" "무슨 일이냐?" "어제 미리 픽업을
타기로 약속을 했고, 오늘 10시부터 여기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안 나타났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양곤에 꼭 가야 한다. 내일
비자가 만료된다."
챠이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저 여자 이미 버스 시간에 늦었다. 지금 가야 한다." "그래
태우자."
우리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아무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을 경계에서 조금 떨어진 검문소에서 경찰이 차를
멈추었다. 차이나가 내려 경찰에게 다녀왔다. 무슨 대화가 오고가더니 이내 차는 다시 출발하였다.
챠이나의 영어는 흥분한 어조 인해
더욱 난해하게 들렸지만, 대충 이렇다.
"이 차는 영업용 택시가 아니다.(차 지붕에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그런데 도중에 사람을
태웠다. 그래서 경찰이 차를 세운 거다. 그래서 설명했다. 이 프랑스 여자는 양곤에 가야하고 그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경찰은
2000짯을 내고 가거나 면허증을 두고 가라고 했다. 나쁜 놈이다."
"그래서?" "면허증 주고 왔다. 나쁜 경찰이다. 우리 아버지 군인이었다. 왼쪽 다리가 없다. 여동생 둘 있다. 지금 공부하고
있다. 가족 중에 나 혼자 돈 번다. 차주인한테 1500짯 줘야 한다."
"그럼
나중에 면허증 찾을 수 있는 건가?" "그렇다. 2000짯 주면."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친구 지금 자기가 손해를 보게 되었으니
그 돈을 벌충해 달라고 하는 얘기를 돌려서 하고 있는 게 아닌지... 그러나 그 이상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 친구가 경찰에
상납해야 할 2000짯을 줘야 한다면 그건 문제의 원인이 되었던 프랑스 여자가 부담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차이나는 운전하면서도
계속 흥분해서 한 얘기를 하고 또 하고... 게다가 옆에서 장단을 맞추어 주었더니 쉐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여자분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나쁜 경찰. 그냥 면허증 줘버렸다." "그래 잘했다. 너 참 용기있다. 잘 했다." "우리 아버지,
여동생, 나 혼자..." "그래 너 효자다" "나쁜 경찰. 중요한 일이다..." -.-
쉐냥에 도착해서 약속한
3,500짯을 주웠다. 프랑스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태워줘서 고맙다. 차비로 얼마를 내면 되겠는가?" "낼 필요없다.
어차피 우리가 다 내려고 했던 거니까." "고맙다. 그런데 저 운전사에게 돈을 주어야 할까?" "글쎄, 얼마간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얼마나 주어야 할까?" (노랭이. 2000짯 다 주면 되지 차비도 안 받았는데) "아까 경찰이 2000짯을
요구했다니까 1000이나 2000쯤 주는 게 옳지 않을까?"
그 여자는 차이나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얘기하더니 다시 돌아왔다.
"돈을 받지 않겠데!"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어이구 노랭이) "그래!?" "챠이나, 너
괜챦겠어?" "난 당연한 일을 한 거다. 이 여자 차를 놓지면 안된다. 나쁜 경찰에게 돈을 줄 수 없다." "면허증은?" "내가
알아서 할 거다. 걱정마라"
또 한번 내 생각이 빗나갔다. 이 친구 자기 가족 얘기를 했던 건 그렇게 어려운 거 뻔히 알면서도
(좁은 곳이니까) 돈을 요구했던 경찰을 욕한 것이 아니었을지... 그래 분명 그게 맞을 것이다.
글/사진 : 김재훈 myhome.hanafos.com/~sa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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