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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당신은 버스를 타고 리지앙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 운전기사 한테 제발 여기서 내려 달라고 소리를 칠 수도 있을 것이다. 800년이 된 오래된 마을 리지앙은 이처럼 여러가지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작은 한옥마을 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얽혀 있고 곳곳에는 깨끗한 수로들이 골목을 누비며 멀리는 5000m가 넘는 고봉인 옥룔설산이 펼쳐져 있다. 저녘이 되면 밥집과 술집에는 붉은 홍등을 달아놓아 한층 분위기를 띄우게 된다.

또한 전통복장을 입은 나시족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리의 소수민족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객을 한다면 여기서는 그들이 생활을 직접 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리지앙은 미래소년 코난으로 제일 먼저 기억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인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의 모델이 되기도 한 도시이다.

그 애니메이션은 무엇인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 그들은 어떤 터널을 지나면서부터 이상한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유령이 있고 마법사가 있는 이상한 마을, 뭔가 재미있는 모험과 상상이 잔뜩 펼쳐질 것 같은 곳...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기와서 골목골목을 누비며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폈을 것이다.
 

올드타운의 저녘풍경

저녘무렵에는 집집마다 알전구를 켜 놓고
오손도손 모여앉아 밥을 먹는다.

이곳 리지앙은 1999년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지구로 지정된 바 있다. 입구에는 당시 장쩌민주석이 세계문화유산지국 려강(리지앙)고성 이라는 친필이 세겨져 있다.

올드타운의 중심에는 수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어 약간 번잡한 느낌을 주지만 조금만 걸어 나가면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사는 삶의 터전을 볼 수 있다.

아직도 작은 수로에는 마을의 아낙네들이 옹기종기 모여 빨래를 한다.

그러고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골목이다. 어느 도시건 골목이 보이면 일단 들어가 보곤 하는데 이런 나로서는 리지앙이 꽤나 매력적인 마을이다.

개인은 집안에서 가족이되고 골목을 사이로 가족은 이웃이 되고 또 마을이 된다.

고성에서 바라보는 5,600m의 옥룔설산     


설산을 바로보니 조금씩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쿤밍에서 부터 다리를 거쳐 리지앙까지 왔는데 고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위도로 치자면 아직 20도가 조금 넘는 곳이지만 리지앙만 해도 해발 2400m이고 앞으로 타는 길 또한 위도와 고도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조금씩 올라가는 편이니 고산증은 없겠지만 추위가 문제이다. 리지앙만 해도 잘 때는 겨울외투를 껴입고 자는 형편이다.
뭔가 월동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오리털 침낭을 사야하나, 작은 전기장판 혹은 내복을 사야하나 하고 돌아다녀 보다 또 마땅한 것이 없어 다음으로 미루고 만다.

다리에서 우연히 한국인을 만났다. 흥미로운 것은 모두 동갑내기라는 것이다. 침대 세개짜리 방을 얻어 같이 생활하니 여러모로 편한 점이 많다. 자리에 누워서는 새벽까지 두런두런 자기 애기들을 풀어 놓는다. 저 멀리 유년기에서 학창시절, 그리고 유학생활과 남자라면 빼놓지 않는 군대애기 까지,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집을 뜯어 고친 얘기이다. 한 명이 평산리라고 하는 지리산 산자락에 페가를 하나 얻어 일년간 혼자 개보수를 한 이야기이다.

바닥엔 진흙을 먹인 광목을 바르고 어떻게 정성스레 콩기름을 먹였는지를, 선반 하나도 직접 만들어 어떻게 꾸며 어디에 달아 놓았는지를, 천천히 듣다 보면 흡사 오래된 수필 한 권을 읽는 느낌이 난다. 이런 애기를 듣다 보면 시간은 훌쩍 흘러 어느새 새벽이 다가오고 그때서야 잠이 들게 된다.

이 곳의 숙소들도 대부분 오래된 한옥을 개보수해 만들어 분위기가 아주 좋다. 방이 조금 추운 감이 있지만 'ㅁ'자 형 안마당을 가진 전통 한옥이다. 이 주위에 목조로 된 방이 둘러서 있고 마당에는 작은 탁자 몇 개를 갖다 놓아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아님 그냥 해바라기를 해도 좋다.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내방 침대에서 낮잠을 자고 스피커에선 느릿한 곡들이 흘러나온다. 아침과 저녘에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하고 낮에는 대부분 이렇게 숙소에서 시간을 보낸다. 유일한 걱정은 오늘은 뭘 먹을 것인가 뿐이다. 그리고 역시 밥은 혼자 먹는 것 보다 여럿이 먹는 것이 확실히 좋다.

또 하나 이점이 있다면 이곳에는 몇 권의 한글로 된 소설책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들은 아마 여행자가 가방을 싸면서 고민고민 하다가 가장 아끼는 책 한 권을 고르고 여행중에 몇 번을 읽다가 괜찮은 곳에 다른 여행자를 위해 나두고 간 것이리라. 게 중에는 세로쓰기를 한 오래된 책도 있는 것이 꼭 이 곳의 분위기와 어루린다. 나도 한 권을 골라서 읽는다. 얇은 수필집이다. 여기에는 정치성이나 사회적 문제 뭐 자아의 정체성 같은 글은 없다. 차 한 잔의 여유 라든가, 마당의 동백나무 한 그루에 대한 글, 가족이나 고향에 관한 짧막한 글들은 모은 수필집이다. 골몰히 생각하면서 읽을 필요도 없다. 마치 옆에서 누군가가 정감어린 이야기를해 주듯 편하게 읽으면 된다. 그렇게 시간은 간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사실 이런 책들은 소원해 했다. 뭔가 우울함이 뚝뚝 떨어지거나 냉소적인 느낌의 소설들을 읽곤 했다. 그러고 보니 사진들도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나 흔들리는풍경들을 찍곤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런 그림자를 찾아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진짜 한옥이다.
기와만 지붕으로 올리고 시멘트에 강화유리를 사용한
가짜가 아니다.  
물론 장짓문대신 창살에 유리를 끼워 놓았고 남포불 대신 전기가 들어오지만 문짝 아귀가 맞지 않고 벽에선 진흙들을 발라 넣은 진짜한옥이다.

 

마을 곳곳에는 수로가 흐른다.
이곳에는 금붕어 들이 지느러미를 놀리고
아낙네들은 나와 빨래를 하기도 한다.

 
 


 

 

호도협(Tger Leaping Gorge)은 글자 그대로 풀이 한다면 호랑이가 도망간 협곡 정도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깊고 긴 협곡 중의 하나이며 이 호도협 트래킹은 이 협곡을 따라 난 등산로를 이용하여 2-3일 정도 천천히 걷는 것을 말한다.

협곡 아래의 계곡은 해발 약 1700m에 위치해 있고 등산로는 2000-2500m사이에, 마지막으로 등산로 주변에는 5000m급 두 개의 설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협곡 전체의 길이는 20km 정도이며 등산로는 굽이굽이 돌아 40km 정도에 이른다.

가파른 오르막 길보다는 말이 다닐 수 있는 평탄한 오솔길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2-3시간 마다 정겨운 마을이 있는 숙소가 있기 때문에 숙식은 편하게 해결이 된다. 반면 고도가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산행시에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우기 때에는(6-8월)등산로가 유실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며 겨울철 또한 적절한 장비가 필요하다.

위치는 리지앙과 중디엔 사이에 있어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시간이 없는 경우 버스를 이용하여 3-40분간 펼쳐지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도 있다.
 

호도협트래킹 개략도 Map Copyright: Lonely Planet


1. 호도협 진입마을 처독 가는길

리지앙이나 중디엔에서 호도협을 바로 가는 버스 편은 그리 자주 있지 않다. 반면 리지앙- 종디엔 구간에 호도협이 있기 때문에 반대편 교통편을 이용하면 중간에 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배낭을 메고 터미널로 가서 교통편을 알아보았으나 늦장을 부린 탓에 아침버스를 놓치고 만다.중간에 내릴 셈으로 중디엔 버스도 알아보앗으나 이도 몇 시간 후에 있다고 한다. 터미널 근처에서 바우쳐(장거리택시)를 대당 12000원에 얘기하고 3명이서 이동을 한다. 이제부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심상치 않아 진다. 멀리 설산이 보이기도 하고 고원 같은 황량한 풍경도 보이고 간혹 아슬아슬한 도로를 굽이굽이 돌아 2시간 만에 처독에 도착한다. 정보도 얻을 겸 여행자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고 큰 배낭을 맡긴다.

 

2. 호도협 반대편으로 이동

짐을 맡겼기 때문에 좋으나 싫으나 맡긴 곳으로 다시 와야 한다. 먼저 버스를 타고 반대편으로 이동 후 거슬러 올라오는 루트로 결정한다.

버스(750원)을 타고 펼쳐지는 풍경은 충분히 가슴을 설레게 한다. 멀리 설산을 배경으로 아래에는 양쯔강의 지류쯤 되는 천길 깊이의 계곡이 보이고 계곡 물소리가 힘차게 들린다.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이 버스를 타고 반대편을 한 번 도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 하다.

중간에 버스는 관리인이 승차해 입장료를 징수한다. 자! 이제 처음으로 방콕에서 만든 학생증을 내밀어 보니 반액(일반 4500원 학생 2250원)으로 할인이 된다. , 한 번만 더 사용하면 아마 학생증 값은 뽑힐 듯 싶다.^*^

 

3. 숙소에서 1박 후 등산시작

이 곳 등산로에 있는 숙소들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친절하고 시설도 좋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곳도 많으므로 오히려 다음 숙소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산행을 할 정도이다. 보통 침대 하나당 1500-2000원 정도이며 주변 숙소와 경쟁이라도 한 듯 모든 숙소가 뜨거운 물이 나온다. 일부는 전기장판도 있다. 이 곳 트래킹의 또 하나의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간만에 5불 생활자가 될 수도 있을듯 싶다.

두 달 전만 해도 인류가 만든 탁월한 유산은 에어콘이 아니였나 싶었는데, 역시 최고의 영광은 전기장판으로 돌아가야 정확할 듯 싶다. 간만에 겨울 외투를 벚고 편하게 잠을 청한다.

밤중에 숙소 마당에 나와 앉아 본다. 앞에는 거대한 절벽이 턱 하고 막혀 있는 것이 기상이나 정기 같은 고색창연한 느낌 보다는 우울한 느낌 마저 든다. 여기서 하늘을 볼려면 고개를 한 참 쳐들어야 한다.

아침 일찍 움직여 본다. 밭두렁을 한 참 타다가 결국 길을 잃어 버렸다. 두시간 내내 계단식 밭두렁 사이를 오르내리락 하고 길도 없는 곳을 주춤주춤 대면서 내려가니 짜증도 난다. 결국 세 시간만에 다시 등산로를 타고 오후에 중간 쯤 되는 Half Way Guest House에 도착한다.

 

4. 트래킹 이일차

Half Way Guest House에서 다른 일행들을 만난다. 리지앙의 유스호스텔 에서 잠깐 스친 중국인들이였는데 날 기억 하냐고 반색을 한다. 저녘을 같이 먹자고 해서 합석을 했는데 메뉴가 상당하다. 한국인들도 먹고 마시는 문화를 즐기는 편인데 역시 중국인들은 못 쫒아 가는 듯 싶다.

큰 닭 두마리를 잡아 한 마리는 닭도리탕 비스무리한 것을 끓이고 나머지는 바베큐를 해 먹는다. 6시 정도 부터 시작한 식사가 희안하게 술도 없이 밤 12시경까지 지속된다. 중간중간 게임을 하면서 벌칙을 정하니 웃음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마지막엔 그래도 좀 부족했는지 불 꺼진 부엌에 몰래 들어가 이번에는 복음밥을 해 먹는다.

이 첩첩 산골에도 농가는 있다. 왜 그들은 이 먼곳까지 와 척박한 땅에 삶을 꾸려나가는 것일까?   

숙소 주인의 딸내미쯤 되 보이는 소녀와 사진 한 장을 같이 찍었다. 열다섯살 소녀 얼굴에 그냥 순박함이 그득그득 묻어있다. 이 곳 숙소들의 분위기가 대부분 이와 같다. 부엌에 들어가 장작을 때는 아궁이 옆에 앉아 차를 마셔도 되고 직접 팔을 걷어 붙여 반찬을 해 먹어도 된다. 마침 두부를 앉혔다고 한 공기를 갖다 준다. 뜨거운 김이 나는 두부에 간장 한 숟가락을 얹혀 먹는다.

 

5. 트래킹 삼일차

이제 마지막 날이다. 어제 서둘러 처독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마을에서 자는 것보다 여기가 좋아 산에서 하루 더 묵은 셈이다. 어제는 괜히 내가 분위기를 잡아 집에서 담근 옥수수주(한 4-50도는 될 듯 싶다)를 마셨더니 속이 쓰리다. 후회 막심하다. 정도것 마셔야 하는데 그 만고 불변의 진리를 항상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다행히 이제 부터 내리막 길이고 두시간이면 버스가 다니는 마을에 도착할 것이다.

마지막 숙소인 Naxi Family Guest House는 한국인한테 유명한 숙소인지 한글로 된 메뉴판도 있다. 뭐 그렇다고 한국음식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매번 복음밥에 질린 사람이라면 몇 가지 반찬을 시켜 밥을 먹어도 일인당으로 치면 1-2000원 수준이다.

사실 중국음식이 안 맞는다기 보다는 시킬 줄 모른다는 편이 더 정확하다. 또 이 놈의 중국 땅떵어리가 너무 넓어 지방마다 음식이 확연히 달라져 전혀 엉뚱한 것이 나오기도 한다.

중국인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 매 번 큰 접시에 요리비슷한 것을 열가지는 시킨다. 사실 재료가 달라 그렇지 모두 기름에 살짝 볶는 것이다. ^*^ 확실히 밥은 여럿이 먹는 것이 맛있다.

그렇게 삼일 일정의 트래킹은 끝났다. 좀 더 여유가 되면 숙소에 몇 일씩 묵어도 좋았을 산행이다. 짐을 다시 찾고 다음 예정지인 종디엔(샹그릴라)로 떠난다. 샹그릴라에 샹그릴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부터는 티벳 분위기가 물씬 풍길 것이다. 그리고 고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00m이상이다. 천천히 올라왔으니 고산증은 염려가 안 되는데 역시 추위가 걱정이다.

마지막 묵은 숙소인 Naxi Family Guest House   

마지막 산길에서...    

 

 


 

 

샹그릴라라고 발표된 종디엔의 아침 풍경   


혹시 샹그릴라라고 들어보았는가?

1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제임스 힐튼이라는 작가는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이라는 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인도 북부에서 몇 명의 서양인이 탄 비행기가 정체 모를 사람에 의하여 납치가 되고 비행기는 동쪽으로 동쪽으로 날아가다가 어느 히말라야 산맥에 불시착을 하게 된다. 납치한 조종사는 사망하고 끝도 없는 길을 내려오다가 이상한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장노인과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티벳의 한 사원, 그들은 다시 돌아가기를 꿈꾸다가 점점 더 그 마을의 신비로움에 매력을 느끼는데...

이 책은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전후시대의 인류애에 대한 불신을 소재로 해 드물게 문학상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어딘지 모를 이상향을 샹그릴라라고 불러 후에 많은 여행가들이 이상향을 꿈꾸며 샹그릴라를 찾아 티벳으로 떠나게 된다.

중국정부는 운남성 북부의 종디엔과 더친 사이를 샹그릴라라고 발표하고 종디엔의 지명을 아예 샹그릴라로 바꾸게 된다. 총 100억 달러의 재정을 들여 이 곳을 대규모 관광지로 바꾸게 되고 원래는 샹그릴라라가 있음직한 마을을 오히려 대규모 호텔들이 잔뜩 들어서 있는 정체불명의 거리로 바꾸었다.

샹그릴라엔 샹그릴라가 없다.

작가 제임스힐튼은 원래 티벳 근처에 와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원래부터 샹그릴라는 작가의 상상속에 있었던 이상향에 불과하다. 없는 것을 찾아 오는 사람들. 그러고 보면 나는 처음 부터 이곳에 오기전에 마음속으로 샹그릴라는 없다고 단정을 했다. 어쩌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곳에 온 셈이다.



티벳 가는 길

이곳 중디엔(샹그릴라)부터는 티벳이 중국에 합병되기 이전까지는 티벳의 영토였다. 이곳부터 간판에 티벳문자가 보이기 시작하며 사람들의 얼굴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이젠 티벳가는 길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리지앙에서 알아본 몇 가지 정보는 나에게 희망적이였다.

티벳 허가서(퍼밋)를 개인적으로 받을 수 있으며(8만원 정도) 이 퍼밋을 받으면 개별적으로 버스나 트럭히치 등을 통해 중간중간 마음에 드는 마을에 쉬면서 라사에 육로로 갈 수 있다는 얘기이다. 호도협에서 만난 티벳탄(티벳사람들) 가이드는 친구라며 또 담당 여행사를 소개시켜 주고 중디엔 까지 함께한 중국인 중에 한 명은 운남성의 한 여행사에서 일하며 이 친구의 말 또한 희망적이였다.

하지만 티벳은 나에게 그리 쉽게 허락을 하지 않나 보다.
오전 내내 PSB(공안국), FAB(외사과), 그리고 리지앙에서 알아본 숙소와 결국 티벳허가서를 담당하는 중디엔의 TTB(Tibet Tourism Bureau)를 들려 알아본 결과 개인에게는 허가서를 내주지 않으며 내준다 해도 오로지 비행기를 이용해야만 한다고 한다.

함께한 중국인 한 친구 또한 혼자서 한나절 내내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녀 정보를 모아 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 였다. 나로서는 전날 전화 한 통화 부탁했는데 그녀는 하루종일 내 일에 시간을 쓴 셈이다. 같이 한 번더 TTB를 방문하였다, 그녀는 거의 싸우다 시피하며 한 참을 얘기했지만 결론은 역시 비관적이다. 그녀는 외국인인 내가 티벳에 들어가기가 그렇게 힘든지를 이해를 못 하는 눈치이다. 그녀로서는 마지막 카드로 나에게 가짜 중국공민증(주민등록증)을 만들어 줄테니 이 걸로 티벳에 들어가라고 한다. 하지만 중국어를 못하는 나로서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일이다. 학생증이야 걸려도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손 치더라도 신분증을 위조하여 걸리면 최소 추방인 셈이다.

결국 루트를 다시 짠다. 아니 원래 루트로 돌아가는 셈이다. 중디엔-씨앙청-리탕을 이용하여 시천성 협곡을 지난다음 천장공로를 거꾸로 타 리탕-캉딩-첸두로 이동할 셈이다. 비자 만료가 열흘 정도 밖에 안 남았다. 캉딩이나 첸두에서 연장을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캉딩-첸두를 제외하고 비포장 산길이다. 때론 5000m급 도로를 넘어서기도 하고 비포장 산길이라 위험하기도 하며 산사태나 눈사태 등으로 길이 막힐 수 있는 위험한 도로이다. 최근 정보로는 구간구간 매일 한 차레의 교통편이 있지만 이 것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힘든만큼 또 가장 아름다운 루트 이기도 하다.

 

 


 



종디엔(샹그릴라)엔 이 티벳 사찰을 제외하고 볼 거리가 거의 없다. 이 사찰은 티벳 사찰중에서도 규모가 꽤 큰 축에 속하며 보존상태도 용이하다. 또한 수백명의 티벳승려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로서도 티벳 사찰은 처음 보는 셈이다. 언덕에 성처럼 우뚝 솟은 사찰은 그 주위로 승려가 주거하는 많은 부속건물로 모여져 있으며 중앙에 가장 높은 법당에는 하루종일 불경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건축양식 또한 중국과 확연히 다르다. 법복을 입은 승려도 다르며 그들이 행하는 예도 지금까지 보아온 사찰과는 다르다. 나로서도 어는것이 예이고 어느것이 실례인지를 모르니 주춤거려 진다.

언어또한 다르다. '니하오' 같은 간단한 인사말은 통하지만 듣기로도 중국어와 억양이나 리듬이 다르다. 그렇다. 열흘 후에나 공식적인 티벳에 들어가겟지만 티벳은 오히려 티벳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

풍마라고 불리는 티벳탄의 부적,
5색은 바람, 대지등 각기 다른 상징을 가지며 깃발에 티벳어로 행운을 비는 글귀가 세겨져 있다
.


티벳 사찰은 주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져 있다. 그 뒤로는 낮은 언덕이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쉬운데도 불구하고 숨이 차다. 담배를 너무 피워 댄 때문인가? 아님 고산증의 하나인가? 이 곳 중디엔이 3200m이니 이 언덕은 그 이상 될 것이다. 해발 3000m정도이면 해수면과 비교하여 산소량이 20% 정도 준다고 한다. 다행히 어지러움 같은 증세는 없지만 조금만 언덕을 올라가면 숨이 부친다. 언덕 뒤로는 황량한 대지가 파노라마 처럼 펼쳐져 있다. 구름도 남다르다. 마치 태풍후의 진한 구름처럼 낮게 드리워져 있다.군데군데 밭들도 보이는데...왜 이렇게 먼 곳 황량한 곳까지 와 삶의 터전을 이루는지...


법당 안에는 여러 티벳스님들이 불경을 외우고 있다. 마치 오래된 리듬처럼 속으로 웅웅거리는 것이 생경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런경우 나로서도 어찌해야 모를지 난감하다.

불자가 스님주위로 다가가면 머리에 손을 올려 일종의 축복을 기원해 준다.

 저녘 무렵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이틀 전 함께 한 중국인 중의 한 명이다. 그들은 더친으로 떠났건만 그들 중 한 명이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이 곳 중디엔에 다시 들린 셈이다. 자기는 이제 휴가가 끝났다고, 내일이면 쿤밍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고....

키가 작고 말수가 별로 없는 여성이다. 일 때문에 한국에도 들린적인 있다고 한다. 웬지 얼굴에 조금 그늘이 있어 보인다. 난 이상하게도 이런 여성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같이 밥을 먹고 산책을 한다. 갑자기 내 팔장을 끼길래 난 손을 잡고 어둑어둑한 거리를 한참 동안 걷는다. 내가 노래를 한 곡 불러달라고 말했다. 첨밀밀이다. 기억날 듯 말 듯 한 노래 곡조가 골목길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늦게까지 두런두런 애기도 나눠본다. 그냥 사는 애기이다. 어떻게 살아왔으며..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얘기들..난 내일 떠난다. 그녀도 휴가가 끝났으니 내일 돌아가야 한다. 아침일찍 떠나야 하기 때문에 아마 다시 보긴 힘들 것이다.

자 이제는 좀 더 배낭여행다운 배낭여행지로 떠난다. 운남성을 지나 시천성으로 대 협곡을 지나며 어쩌면 티벳의 수도인 라사보다 더 티벳다운 분위기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점점 티벳과는 멀어지지만 나에게 있어 그 길은 티벳가는 길로 이름지어질 것이다.

글/사진 : HOWasia 방희종 howasia.net/index.html
   모든 글과 사진은 www.howasia.nettravel.mym.net의 동의를 얻어
웹진 15호 '윈난'에 기재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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