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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마음을 동하게 했던 여자


는 왜 그곳에서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이 동했었을까요?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의 깊이를 당신들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스칼렛.

중국 여행중에 내가 마음이 동했던 한 사람의 이름이다.
이름 때문에 그녀가 미국인라거나 유럽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스칼렛은 내가 만난 중국인, 그 중에서도 상하이 아가씨의 영어이름이었다.

내게 자신의 중국이름을 알려줬지만, 기억을 못하겠고
내 기억 속에서 '상하이 걸 Shanghai Girel'이란 이미지로 더 강하게 남겨져있는 사람이다. 
 


그녀를 만난건 중국 윈난의 끝자락인 쭝띠엔(
中旬).
한때는 티벳 땅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중국 윈난성의 행정구역에 속해있고,
윈난의 끝자락에 위치해 중국에서 티벳의 향기를 느낄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0월 말의 쭝띠엔은 해발때문인지 겨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행자들이 모이는 티벳 호텔 (영생 삔꽌, Tibet Hotel)도 간간히 들어오는 여행자의 발길이 이어졌을뿐,
겨울로 접어드는 이곳은 점점 썰렁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는 좋지않은 티벳여행 규정에 관한 이야기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래서 마음은 더욱 처지고, 쓸쓸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리쟝(
麗江)에 두고온 정다운 친구들이 그리워지고 있었고,
싸늘한 숙소의 적막함도, 먼지를 일으키며 불어대는 거리의 찬바람도,
내 무거운 어깨를 짖누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한가닥의 희망아라도 필요했었고,
윈난의 마지막 도시인 더친(
德格)까지 버스를 타고 갈것인가,
아니면 리쟝에 돌아가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달릴 것이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쫑띠엔 버스 터미널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일찍 어두워진 저녁시간.
더불어 느껴지는 한기와 외로움이 만연한 순간 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조금은 도회적으로 생긴 중국 여자였고 일행이 함께 있었다.
뭐라고 중국말로 내게 물었지만, 중국어를 못하는 나로서는 그저 멍청하게 그녀를 주시했을 뿐이다.
내게 영어로 되물어 올거라는 기대는 전혀 못한채, 저녁을 먹으러
어딘가로 돌아서려는 찰라에 그녀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건네왔다.

'오늘 저녁에 리쟝으로 가는 버스는 없느냐'는 것이었는데, 마지막 버스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는 친구와 이런저런 일을 알아듣지 못할 중국어로 상의하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 있었고 그들은 중국어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있어 끼어들 틈도 없었다.

단지 언어가 통하는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무언가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지치고 외로웠기에 저녁자리에 그냥 함께 있어주기만을 바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관심이없었고,
무언가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하는 사람처럼, 어딘가로 전화를 하고, 확인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만남을 뒤로하고 버스 터미널을 나와,
영어 가이드 북에 나오는 카페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난로가 피워져 있는 티벳탄 카페에는 티벳으로 가는 길에 대한 여행정보가 있었지만,
역시나 나를 기쁘게 해주줄만한 것은 없었으며,
중국인 투어 그룹과 일본인들이 카페에 있었고, 서양 남자 둘이 있었지만,
웬지 나와는 다른 여행스타일이 느껴져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황량한 거리를 지나,
더욱 썰렁하게 느껴지는 숙소로 다시 돌아와 90년에 발행된 가이드 북을 들고 다니는
나이 많은 유럽아저씨랑 기본적인 인사를 나누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저녁 잠이 들기전,
내 마음속으로 다음날 리쟝으로 내려가자라고 결정되어 있었다.
반겨주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위안을 받고 싶었다.



다음날 눈을 떠, 버스 터미널로 가 리쟝으로 가는 버스표를 구입하고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눈에 띠는 얼굴이 하나있었다.
어제 저녁 터미널에서 만났던 영어를 하던 중국 아가씨가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이다.
그녀 뒷자리를 나도 자리를 잡았다.

버스에 올라타며 자연스레 인사를 하게 됐고,
여행길에 만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이동 중에 있을수 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같은 버스에는 이태리 여행자가 한명이 더 있었기에
세명이 자연스레 버스를 타고 가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 티벳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중국 여자는 상하이에서 근무한다고 했고, 1주일간의 연휴 기간 동안 쭝띠엔을 찾았는데,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예정보다 휴가를 일찍 접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 버스 터미널에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티벳 축제가 열리는 판즈란의 승원에 간다고 했고,
자기 혼자만 상하이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었고,
세련된 오리털 파카를 입고 목도리를 맨 모습에서 도회적인 모습이 한눈에 느껴졌다.
더군다나 또박또박 아주 맑은 목소리로 내 밷는 영어가 나를 현혹하기에 충분했다.
(이곳은 상하이, 베이징, 홍콩이 아닌 중국 윈난의 끝자락이란 사실을 인지해 주기 바란다.)


4년전에도 왔던 적이 있던 길은 내게는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었지만,
눈 덮힌 설산은 보자 그녀는 기사에게 부탁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는다.
어렵게 온 휴가안데 일찍 돌아가는게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나절의 버스 여행은 나를 다시 리쟝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제 어디로 갈거냐'고.

리쟝의 고성(
古城)에 짐을 놓고왔기에 고성에 가야한다고 했다.
나도 그곳을 가는 길이니 같이 가자고 했고, 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얼마되도 않는 길을 함께 갔다.


(5분도 안걸리는 시내버스가 그녀와의 얼마안되는 여행의 마지막일거란 잘 알고 있었다)


상하이 걸을 얼마후 리쟝에서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로 돌아가기로 되어있었다.
어젯밤 서둘러 비행기 표를 예약했고, 아침일찍 그 비행기를 타기위해 리쟝으로 온 것이다.
그러니 헤어져야 할 시간도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시내버스가 리쟝 고성 입구에 우리를 내려 놓는다.
상하이 걸을 자신이 맞겨논 짐을 찾으러 간다며 나보고 어디로 갈려냐고 묻는다.
나는 친구가 묵고 있는 숙소에 간다며, 너와는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고,
그녀는 만나서 반가웠다는 아주 상투적인 말로 헤어짐을 재촉하고 있었다.



때 우리 곁을 흐르던 리쟝 고성의 수로의 물소리는 왜그리 낭만적이었을까?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을 수로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왜그리 감미로웠을까?


수로 옆의 카페에 앉아 연인처럼, 친구처럼,
커피라도 마셔보고 싶었던 내 생각과는 달리, 상하이 걸은 상투인 어투로 말을 건낸다.

여행 중에 잠시 만난 사람에게 흔들리고 있었다는 느낌을 여자도 받았을까?
그리고 그런 감정이 외로움에서 오는 일시적인 감정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을까?

여자는 냉정했다.
남자에게 한치도 틈을 주지 않았고,
버스를 타고 오던 동안 보여주던 친절과는 전혀 다른, 차가움이 느껴지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꿈은 꿈으로 끝나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별은 짧아야 했을 것이다.
좋은 기억으로 남겨지도록 이별의 순간에는 미련없이 헤어져야 했었다.

헤어짐이 아쉬워 Email 주소를 하나 받기는 했지만,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각자의 상황이 틀렸기 때문이다.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보장도 없었고, 연락을 할거라는 보장도 없이,
그저 여행길에 잠시 만나 위안을 받고 싶었던, 나의 마음을 동해게 했던 사람과 그렇게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안진헌 www.travelr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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