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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고 싶었더랍니다.

시드니를 떠난 후 서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나,
서로가 얼마나 서로를 보고 싶어하는 지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매일 같이 잘 있냐고 안부를 전한 것도 아니고,
가끔 어딘가를 갈 때 잠시 다른 나라를 다녀온다고,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는 정도가 전부였으니까요.

새로 산 목도리, 실크 30%

취재 여행을 위해 중간 중간에 잠시잠시 들렸다 떠나곤 했던,
방콕에 며칠을 다시 묵게 됐던 약간 더운 계절의 어느 날,

그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방콕에 있다고, 그곳에 네가 있다면 만나고 싶다고."

하지만 그의 메일 내용대로라면
그는 이미 방콕을 떠나고 없어야했었고,
나는 그가 방콕에 있었음에도
그를 못보고 떠나보냈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방콕에 오자마자 정신없이 일들을 확인하고,
그가 남겨준 전화번호를 눌러봅니다.

그가 남긴 전화번호는 일본 전화번호였기에,
그가 방콕을 떠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확신을 굳이기에 충분했었지요.


멀리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를 향해,
"보고 싶다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습니다.

그런데,
그가 아직 방콕에 있다고,
그것도 시내 한복판의 랜드마크 호텔에 있다고 했습니다.

겨우 이틀의 출장으로 방콕을 들렸고,
다음날 새벽에 중국에 있는 지사를 들려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멀게만 느껴지는 일본 전화기를 통해
방콕에 있는 그의 목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고 있었습니다.


방콕에서 다시 만난 친구


그렇게 그를 다시 만났습니다.

98년에 헤어졌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하나도 변하게 없어 보이는 똑같은 얼굴, 선한 웃음까지.

일본인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고 했지만
그에게서는 여유가 보여졌습니다.

쑤쿰윗 한복판에
오래된 목조 건물의 레스토랑이 있는 것도 새삼스러웠지만,
모처럼 쌩쏨을 마시며 지난 이야기, 지금의 이야기, 앞으로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떠들어대며, 행복해 합니다.

시드니에서의 추억의 사람들이 모두 등장하는 걸 보면,
그때의 기억은 오랜도록 강하게 남겨져 있나 봅니다.

언제 시간이 더 흘러서,
시드니에 다들 모이자는 다짐들이 성사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가며,
밤은 깊어만 갔고, 그가 떠나야 할 시간은 가까워졌습니다.

안그래도 그들을 보러
내년에 잠시 일본에 갈까도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그를 방콕에서 만나게 돼서 좋았습니다.

그가 방콕에 있음을 확인하고, 너무도 기뻤고,
호텔에서 그를 대하며 게이라고 남들이 놀리더라도
그를 꼬옥 안아줬더랍니다.

좋았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글/사진 : 안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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